[TONG] 청계천에서 온 럭키박스 ‘설레어함’ - 헌책방거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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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영

80년대만 해도 신학기를 앞두고 쓰던 교과서며 참고서를 찾는 주머니 가벼운 학생으로 북적였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 1960~7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 일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번성했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새학기를 앞둔 현재 한산하다. 한창 때는 120여 곳에 달하던 고서점도 22곳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많은 점포가 경영난을 겪는 탓에 헌책방 거리 자체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이런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든든한 원군이 생겼다. 헌책방의 노하우에 온라인과 젊은 감각을 접목한 '설레어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설레어함’은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헌책방 사장님들이 고객의 책 취향과 테마에 맞게 직접 추천한 헌책 3권을 주문자에게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설레어함제품사진1_

인문·사회·경제 등의 지식이 담긴 책이 속한 ‘빛나라 지식의 별’, 힐링이 될 만한 문학이나 에세이가 속한 ‘일상 속 여유 한 모금’, 무작위로 추천된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안알랴줌’ 등 6개의 테마 중 주문자 본인이 원하는 테마를 고를 수 있고 헌책의 낡은 정도, 싫어하는 분야 등 요청사항을 적으면 이를 반영한 헌책들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상자를 받을 때까지는 어떤 책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설렘과 기대를 느낄 수 있다. 기분 좋은 손때와 깨끗한 책의 보관상태, 그리고 헌책방 사장님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겨 받아보는 이를 설레게 만든다. 새 책 한 권에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요즘 3권에 1만5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까지. 이런 특징 덕에 ‘설레어함’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설레어함’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가 아닌 연세대 동아리 Enactus(인액터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책 it out’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Enactus의 ‘설레어함’ 담당자 김수경씨에게 ‘책 it out’ 프로젝트와 ‘설레어함’에 대하여 들었다.

Enactus의 ‘설레어함’ 담당 김수경

Enactus의 ‘설레어함’ 담당 김수경

-Enactus는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가요.
"인액터스는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실천해 사회에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책 it out'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책 it out'은 사라져가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사장님들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책방 환경 개선은 물론, 서울도서관과 함께 ‘청계천 헌책산책’이라는 축제를 기획해 진행하는 등 다양한 거리 홍보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레어함'은 헌책방 사장님들께서 고객의 책 취향과 테마에 맞게 3권의 책을 담아 보내는 책 랜덤 박스예요. 상자를 받을 때까지는 어떤 책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설렘과 궁금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설레어함'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그러던 중 헌책방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된 것이 '설레어함'입니다. '설레어함'은 헌책방 사장님들께서 고객의 책 취향과 테마에 맞게 3권의 책을 담아 보내는 책 랜덤 박스예요. 상자를 받을 때까지는 어떤 책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설렘과 궁금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설레어함'을 통해 헌책방과 거리가 먼 고객, 특히 20-30대의 젊은 고객들이 헌책방의 매력을 알게 되고 사장님도 더 젊은 독자와 소통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설레어함은

설레어함은 '빛나라 지식의 별', '새벽 2시 보다 짙은 감성', '영화를 보는듯한 긴박감' 등 다양한 테마의 책 랜덤 박스를 판매 중이다.

-Enactus는 '설레어함'의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설레어함'의 마케팅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설레어함'의 브랜드 이미지를 6가지의 테마와 패키지 개발을 통해 발전시켜 왔고요. 이곳의 사장님들과 함께 하기 위한 미팅부터 시작했고 현재는 주문이 들어오면 청계천 헌책방 사장님들께 고객이 선택한 테마와 요청사항을 전달 드리고 골라주시는 책을 담아 배송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사장님 두 분과 함께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사장님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동아리 멤버는 몇 명인가요.
"원래 6명이 함께 했는데, 지금은 3명이 졸업해 나간 상태입니다. 기수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신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기수를 뽑아 다시 6명이 될 거예요."

-설레어함 이용자는 얼마나 되는지.
"반년간 약 2000권이 팔렸어요. 보통 한 달에 70상자 정도 판매됩니다. 지난 1월에는 150박스가 판매되기도 했어요.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의 정기 구독자는 38명이고요."

-비용이 드는 작업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비영리라고 생각하고 인건비 없이 뛰고 있어요. 청계천 헌책방 살리기 관련 행사 기획, 헌책방 로고 만들기, 홈페이지 제작 등에 쓸 자금도 모으는 중이에요."

-헌책방 거리 홈페이지를 만든다고요.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홈페이지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다음 스토리펀딩 '우리는 헌책방한다'(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3174)에서 500만원을 목표로 3월 말까지 펀딩을 받고 있는데, 현재 300만원 가까이 모였어요. 공모전에도 나가고, 창업대회에도 나가서 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통일된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고, 젊은 독자층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설레어함의 고객 요청사항을 읽다 보면 기억에 남는 사연들이 종종 있습니다. 고등학생 수험생의 사연, 연애와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대학생의 사연, 아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아버지의 사연, 그리고 갱년기라며 힘들다는 어머니의 사연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책 it out 팀원들도 감동받습니다."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지난해엔 설레어함 배송을 하려고 헌책방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설레어함 고객이 직접 찾아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셨다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연결된 고객이 직접 헌책방으로 찾아와 감사를 전한 건 처음이었기에 그날 팀원들 모두 들떴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조금씩 사장님들께서도 보람을 느끼시고 고객들이 설레어함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직접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뿌듯함을 느껴요."

열어보면 책 주인만의 흔적들이 담겨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책, 아주 깨끗한 책, 그리고 고유한 역사가 있는 고서까지 다양하게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죠.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어떤 책을 만나는지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볼 청소년들에게 종이책, 헌책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은 헌책이라고 하면 그저 낡고 오래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의 집 안 책장에 있는 2-3년 전 구매한 깨끗한 책도, 부모님께서 20-30년 전부터 간직하고 계신 책도 모두 헌책입니다. 그 책을 펼쳐보면 나만의 메모, 부모님의 메모들이 적혀 있기도 하고, 어떤 책들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것처럼 새 것 같죠. 바로 이런 책들이 헌책방에 있는 겁니다. 열어보면 책 주인만의 흔적들이 담겨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책, 아주 깨끗한 책, 그리고 고유한 역사가 있는 고서까지 다양하게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죠.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어떤 책을 만나는지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헌책방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보물찾기를 해보면서 헌책의 냄새와 향수를 느끼고, 헌책방 사장님들과 소통을 하면서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은 누군가가 읽어줄 때에야 책으로 제 구실을 한다. 한 권의 책이 가능한 한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더불어 설렘을 선사하는 '설레어함'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설레어함제품사진4_

-청계천 헌책방 거리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6가 17 평화시장 1층(100-850)

운영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대표전화

02-2279-3902 / 010-3315-0076

-설레어함

글=이서영(무학여고 3)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왕십리지부
사진제공=연세대 Ena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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