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운용의 묘를 살립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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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경기가 안 풀릴 때,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전력 공백이 생겼을 때 감독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진용을 재정비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신의 한 수’가 통했을 때 “운영의 묘를 살려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최상의 전력이 아닌데도 운영의 묘를 발휘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와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운영의 묘’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묘(妙)’는 말할 수 없이 빼어나거나 교묘함을 뜻하는 말이다. 선수를 부리고 전술을 사용하는 방법이 뛰어나거나 절묘하다는 의미이므로 ‘운용의 묘’라고 해야 된다.

 ‘운영(運營)’은 조직·기구·사업체 따위를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정당·기업·단체·학교·학원·학회·대회·상점 등이 운영의 대상이 된다. ‘운용(運用)’은 목적에 부합하도록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려 쓰는 것을 이른다. 자본·기금·예산·자원·법·인력·물품 등이 그 대상이다.

 “국제축구연맹은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고도 자금 운영 등에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으면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투수진의 부상이 잇따르면서 감독은 선수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처럼 사용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자금 운용’ ‘선수 운용’으로 바루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의 과도한 몸값을 낮춰 구단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최 측은 원활한 대회 운영을 위해 경기장 곳곳에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배치했다”의 경우에는 ‘운영’이 오는 것이 바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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