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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잠금 가방, 비거리 알려주는 공…소물 인터넷은 ‘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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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텔레콤·NTT도코모·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프랑스의 ‘시그폭스’는 발상 전환의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는 벤처 기업이다.

떠오르는 인터넷 틈새 기술

이 회사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비면허대역 주파수를 활용, 1년에 1~12달러만 내면 하루에 12바이트짜리 데이터를 140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전 크기만한 모뎀을 사물에 탑재해 소량의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식이다.

 누가 이용할까 싶지만 의외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시그폭스에 따르면 각종 센서를 비롯해 주차감지기·전자검침기 등 약 1000만개의 기기가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IoT)’ 시대가 다가오면서 시그폭스와 같은 ‘소물(小物) 인터넷(Internet Of Small Thing)’이 주목받고 있다. 저성능 기기로 소량 데이터 전송에 특화한 틈새 기술이다.

 소물 인터넷은 IoT를 구현하는 데 있어 기간 통신망이나 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컨대 최근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장치는 무게를 측정한 뒤 이를 중앙 서버로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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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킥 강도와 공의 속도·거리·회전 등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아디다스의 스마트볼. [사진 각 업체]

주차장에서는 센서를 통해 차량이 주차 여부를 확인하고, 농가에서는 가축에 간단한 장치를 부착해 체온 변화 등을 체크한다. 이를 IoT로 구현하려면 기기 설치 비용과 회선 사용료 등을 내야한다. 하지만 소물 인터넷은 조그만 센서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소물 인터넷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아이디어 제품에도 쓰인다. 아디다스의 ‘스마트볼’은 다양한 센서를 탑재해 킥의 강도와 공의 속도·거리·회전 등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훈련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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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마트가 선보인 여행용 가방은 원격 잠금은 물론 위치 추적 및 무게 측정이 가능하다. [사진 각 업체]

블루스마트가 선보인 원격 잠금 기능을 갖춘 여행용 가방은 위치 추적과 무게 측정이 가능해 탑승객·항공사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

손떨림을 보정하는 숟가락인 구글 리프트웨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잠그고 여는 노크의 전자 자물쇠, 올바른 양치질을 가르쳐주는 프랑스 콜리브리의 스마트치솔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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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질하는 패턴을 모니터링해 잘못된 양치 습관을 바로 잡아주는 콜리브리의 스마트 칫솔. [사진 각 업체]

 LG경제연구원 신동형 책임연구원은 “일상생활 속 작은 데이터가 모여 다양한 가치를 생성하고, IoT의 지평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접목한 소물 인터넷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IoT의 범위가 지금까지 연결하지 않은 기기로까지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위치·온도·습도·무게·각도 같은 단순 숫자 위주의 정보를 처리하는 소물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나아가 소물 데이터가 쌓여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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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찍고 입에 넣는 시간을 측정해 식습관 체크하는 하피랩스의 스마트 포크. [사진 각 업체]

 주요 정보기술(IT)기업과 통신사들도 발빠르게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퀄컴은 전송 속도가 느린 대신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모뎀 신제품을 선보였다. 다운로드·업로드 속도가 각각 10Mbps~500kbps로 퀄컴이 내놓은 가장 빠른 모뎀(600Mbps)의 60분의 1이 안된다. 그러나 AA배터리 두 개로 제품을 10년간 구동할 수 있어 소물 인터넷에 적합하다.

IoT판 트위터로 불리는 ‘오픈센서즈’는 사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서 저장하고, 필요한 사람·사물에 전송한다. 트위터·페이스북의 팔로잉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동통신사들에겐 소물인터넷이 가입자가 적어진 2세대(G) 이동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어 특히 유용하다. 미국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소물 인터넷에 맞춘 요금제를 선보였고, ‘온램프와이어리스’는 석유 채굴에 특화한 전용망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은 소물 인터넷 연합인 ‘로라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고, KT는 노키아와 손을 잡는 등 국내 이통사들도 시장에 뛰어 들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기존 네트워크와 통신기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소물 인터넷 플랫폼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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