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2%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 38%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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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배창용(74)씨는 재작년 지하철을 타러 가던 중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 간 배씨의 병명은 뇌경색. 그는 이후 현재까지 두 달에 한 번씩 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탄다.

총 진료비 58조원 중 22조원

여기에 난치성 안구질환인 황반변성까지 찾아오면서 안과도 수시로 드나들고 종종 관절염 치료도 받고 있다. 배씨는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면서 매달 쓰는 병원비만 2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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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로 지출된 돈은 57조9593억원.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배씨 등 65세 이상 노인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 의료비 증가세도 가파른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를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비급여 진료 제외)는 전년 대비 6.7% 늘어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병원 진료 기피현상이 나타났는데도 노인 의료비 증가가 진료비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쓴 진료비는 전년보다 10.4% 늘어난 21조9210억원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건강보험 인구의 12.3%(622만 명)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쓴 진료비가 전체의 3분이 1 이상(37.8%)에 달한다.

전체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2.4%에서 2012년 34.4%, 2014년 36.6%로 꾸준히 늘고 있다. 1인당 매달 평균 지출하는 진료비 역시 65세 이상 노인은 29만7368원으로 전체 평균(9만5767원)의 3.1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진료비 심사 실적 통계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이 병원을 찾게 한 1위 질병은 입원의 경우 노년 백내장이었고, 외래는 고혈압이었다.

 지난해 직장 가입자가 부담하는 건보료는 전년보다 3.4% 늘어난 월 평균 10만510원으로 보험료가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었다. 직장 가입자 보험료는 2009년 7만250원에서 꾸준히 올랐다. 지역 가입자의 경우 월 보험료는 8만876원으로 같은 기간 31%가량 인상됐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 인구는 5049만 명(전년 대비 0.3% 증가)이며 직장 가입자는 71.7%를 차지했다. 건보공단은 “직장 가입자는 2009년 이후 가입 기준이 완화되고 외국인 가입자가 늘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인당 월 평균 입원이나 외래 진료로 병원을 찾은 일수는 평균 1.64일로 나타났다. 병원과 의원, 약국 등 전체 요양기관 수는 8만8163개로 전년과 비교해 1.8% 늘었는데 한방병원이 231개에서 260개로 늘어 증가율(12.6%)이 가장 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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