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집권당이 구제금융의 '성공적 졸업'에도 재집권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포르투갈·스페인에 이어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일랜드 총선에서도 절대 다수당이 없는 '헝(hung) 의회'란 결과가 나왔다.
28일 오후 2시 현재 158개 의석 중 109개 의석의 당선자가 가려진 가운데 집권 연정인 통일아일랜드(Fine Gale)당과 노동당은 각각 34석과 4석을 확보했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은 32석, 좌파인 신페인당이 14석을 차지했다. 현 추세론 집권 연정이 과반(80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낮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도 이날 기자들에게 “통일아일랜드당과 노동당은 재집권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아일랜드는 이양식(移讓式)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출마자들을 두고 1·2·3위 등의 선호도를 매기는 방식이다. 개표 때 후보별 1위 표를 셌는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그의 표를 선호도에 따라 남은 후보자들에게 배분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해 당선자를 정한다. 개표에만 수일이 걸리는 이유다.
집권 연정은 1위 선호 투표에서도 밀렸다. 통일아일랜드와 노동당이 25.5%, 6.6%인데 비해 공화당은 24.4%, 신페인당은 13.9%였다.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 중 모범 사례였다. 2013년 말 졸업했고 2014년과 지난해 각각 5.2%와 6.5%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민심은 집권 연정에 유보적이었다. 지난해 말 총선을 치른 포르투갈·스페인과 유사하다. 집권당이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에 턱 없이 못 미쳤다. 포르투갈에선 2당인 사회당이 좌파 연정 형태로 집권했으나, 스페인에선 총선 두 달이 지나도록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도 정부 구성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1·2당인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이 대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공화당 마이클 마틴 대표는 “의석수가 아니라 이슈와 정책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여지를 뒀다. 두 당은 1921년 아일랜드 독립 이래 정권을 공유한 적이 없다.
런던=고정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