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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악재’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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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30면


오는 6월 23일은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EU)에 있어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영국이 EU에 계속 남을지, 아니면 탈퇴할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끝난 브뤼셀 EU정상회의에선 영국 정부가 요구한 EU 개혁안이 합의됐다. EU 개혁안은 경제 거버넌스, 국가주권 등에서 영국이 요구한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투표 결과는 어떨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20%에 달하는 부동표의 향방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막판에 안정 희구심리가 작용하여 EU 잔류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경제가 감당해야 할 충격이 작지 않고, 정치적 혼란과 스코틀랜드의 독립 재추진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과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들도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경고하는 등 EU 잔류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캐머런 총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난민 사태가 다시 악화되어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도버해협을 건너는 모습이 재연된다면 반(反)EU 정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영국 내 여론이 EU 탈퇴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의 EU 탈퇴는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세계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커다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이후 최대 관심사는 영국이 EU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될 것이다. 영국은 교역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EU와 새로운 경제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EU 탈퇴로 영국이 입게 될 경제적 충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성과연구소(CEP)는 교역비용(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증가로 영국의 GDP가 1.1∼3.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경기 둔화와 기업들의 투자 기피로 300만∼400만 개의 일자리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HSBC는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20%가량 하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무역 규모가 4660억 파운드 줄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금융센터로서 런던시티가 자랑하는 절대적 위상도 결코 장담하기 어렵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EU 경제의 회복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의 교역이 위축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 2,3의 EU 탈퇴 국가가 나올 경우 자칫 EU체제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는 아니다. 영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한국의 최대 수입국이다. 한국의 대(對)EU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현재 15.4%다.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가 침체를 겪게 된다면, 한국의 대영 수출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은 더 이상 한·영 교역에서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양국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협상을 벌여야 한다.


영국은 유럽에서 네덜란드와 함께 한국기업의 최대 투자대상국이다. 2015년말 현재 영국 내 한국 법인의 수는 334개(전체 유럽의 12%), 투자금액(누계기준)은 1030억 달러(전체 유럽의 20%)에 달한다. 유럽시장을 겨냥해 영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영국 중심의 유럽 사업전략을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브렉시트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국내에 투자한 영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1월말 현재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본 중 영국의 비중은 주식시장 8%(2위, 32.3조원), 채권시장 1.4%(1.4조원)에 달한다.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이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는 물론 EU를 포함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이처럼 막대하다. 우리가 영국인들이 EU 잔류를 선택해주길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연호교수 대표 집필, 연세-SERI EU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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