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부터 국제뉴스까지…37년 역사 모은 ‘기록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기사 이미지

임대규씨가 달력 일기를 소개하고 있다. 오른손에 든 것은 영농일기와 사진 앨범. [사진 최종권 기자]

충북 충주시 살미면 세성리에 사는 임대규(81)씨는 ‘기록왕’으로 불린다. 그의 달력에는 날씨며 집안 대소사와 마을 소식, 국내외 뉴스 등 세상사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다. 임씨는 이런 달력 일기를 1979년부터 지금까지 37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작성했다.

충주 임대규씨 1979년부터 기록
달력 일기 메모로 이웃에 도움도

 ‘타이완 6.4 지진-사망 116명. 식전에 고추대·향나무 모두 불을 놓았음(태웠음)’(2월 6일)

 ‘영하 5도, 영상 7도 맑음. 개성공단 폐쇄. 수안보 농협서 대의원 등록 마침’(2월 11일)

 달력 일기에는 이런 소식 외에도 병원 진료기록·농사일지 등도 적혀있다. 중요한 뉴스는 신문을 오려 달력 뒤에 붙여 놓는다.

 그의 달력 일기로 도움을 받은 주민도 있다. 10여년 전 마을의 배추를 밭떼기로 계약한 상인들이 배추를 다 뽑아 놓은 후 이튿날 “벌레가 먹어서 못 사겠다”며 계약을 파기한 적이 있다.

이에 배추를 재배한 이웃 주민 2명이 소송을 내자 임씨는 “전날 배추를 사간다고 해놓고, 값이 뚝 떨어지자 벌레가 먹었다는 핑계를 댔음”이란 메모가 적힌 달력을 들고 법정으로 갔다. 판사는 이를 토대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2000년 한국국가기록원 주관 제1회 한국 시민기록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임씨는 “볼펜을 쥘 마지막 힘이 다하는 순간까지 기록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