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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진 비호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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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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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보(57~71)=탕웨이싱 9단에게 삼성화재배는 인연이 많은 대회다. 생애 첫 세계 타이틀 획득에 2년 연속 결승 진출의 행운도 있었다.

또 지난 대회에서는 김지석 9단에게 고약한 입냄새를 풍기는 ‘구취신공(口臭神功)’을 펼쳐 "매너가 나쁘다”는 악평도 들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비호감을 단숨에 호감으로 바꾸는 화제를 만들었으니 삼성화재배는 이래저래 탕웨이싱에게 기분 좋은 대회일 것 같다.

 화제란, 16강전 대진추첨 때의 일. 추첨식에서 상대가 이창호 9단임을 확인한 탕웨이싱은 방으로 돌아가는 이창호의 뒤를 쫓아갔다. 나중에 알려진 탕웨이싱의 말은 이랬다. “당신의 기보를 보고 공부했다. 당신은 나의 영웅이다. 당신과 대국하게 돼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깍듯하게 예를 갖춘 탕웨이싱은 동행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기념 촬영까지 요청했다. 큰 승부를 앞둔 프로가 상대에게 팬의 자세로 자신을 낮추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 일 하나로 탕웨이싱을 따라다니던 비호감은 봄볕에 눈 녹듯 사라졌다.

 57에, ‘참고도’를 그려 보인 검토진의 평은 ‘흑이 엷다’는 것이었는데 58의 찌르기가 흑의 행마를 도왔다. 59 단수하고 61로 꽉 이으니, 58은 쓸데없는 손찌검이 된 것. 69까지, 백의 세력도 약점이 많은 형태가 됐다. 그나저나 71은?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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