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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골머리 공화 주류, 루비오에게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공화당의 주류가 최연소 후보인 마코 루비오(44) 상원의원(플로리다)에게 모여들고 있다. 공화당 주류에서는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것으로 보고 온건 보수주의자인 루비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루비오의 정치적 멘토이자 지지층이 겹쳤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사퇴한 것도 공화당 주류가 루비오에게 결집하는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뉴햄프셔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며 대세가 되고 있는 트럼프의 기세를 저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트럼프의 최종 지명을 막을 사람이 루비오 밖에 없다는 의견이 공화당 내에 퍼지고 있다. 수퍼 화요일(13개주의 경선이 열리는 3월 1일)과 미니 수퍼 화요일(3월 15일)까지 트럼프를 누르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199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밥 돌 전 상원의원과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오린 해치 상원의원(유타) 등이 루비오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루비오를 공식 지지했다.

23일 경선이 치러지는 네바다의 주요 인사들도 루비오 지지에 나섰다. 공화당 내 중도파로 부시를 지지하던 딘 헬러 주 상원의원이 21일 루비오 지지를 발표했고, 마크 아모데이 주 하원의원도 루비오 쪽으로 돌아섰다. 라스베이거스 기업인 릭 해리스도 루비오 지지에 앞장서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곧 루비오를 공식 지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금 후원도 급증했다. CNBC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싱어와 켄 그리핀이 루비오 측에 각각 250만 달러(3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시에게 200만 달러(24억원)를 기부했던 프랜시스 루니 전 바티칸 대사(오클라호마주 사업가)도 루비오에게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월가와 주요 로펌도 루비오에게 자금 후원을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에서 400만 달러(49억원)를 기부 받아 대선후보 중 월가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다.

루비오가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등에 업었지만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 승리 가능성은 낮다. 여론조사기관 그래비스의 지난 14∼15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9%의 지지율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23%), 루비오(19%)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CNN 여론조사(10~15일)에서는 트럼프(45%)와 루비오(19%)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하지만 루비오가 네바다에서 2위를 기록하면 상승세를 타 다음달 1일 ‘수퍼 화요일’에 승부를 걸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바다는 27%의 인구가 쿠바계 이민 2세인 루비오처럼 중남미 계열인데다 루비오가 어릴 적 이 지역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선전 가능성이 높다. 크루즈 선거 캠프의 대변인 릭 타일러의 사임도 변수다. 타일러는 “루비오가 성경을 모독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22일 사퇴했다.

네바다주는 전통적인 경합주로 전체 대선의 표심을 읽을 수 있는 주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네바다는 그 동안 38차례의 경선에서 최종 지명 후보를 31번이나 골라냈고(81.5%), 대통령 선거의 경우 1912년 이후 1차례(1976년)만 빼고는 모두 대통령을 선택해 96.2%의 적중률을 보였다. 3개주의 경선이 치러진 현재 트럼프는 67명의 대의원을 확보했고, 크루즈가 11명, 루비오가 10명을 확보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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