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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놓친 이수민 "우승하기 정말 어렵네요"

중앙일보

입력

우승하기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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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뱅크 챔피언십 말레이시아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회심의 파 퍼트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이수민. [골프파일]

유러피언투어 겸 아시안투어로 치러진 메이뱅크 챔피언십 말레이시아에서 다잡았던 우승컵을 놓친 이수민(23·CJ오쇼핑)은 전화기 너머로 긴 탄식을 뱉어냈다.

한국의 차세대 기대주로 불린 이수민은 이번 대회에서 큰 일을 낼 뻔 했다. 최종 라운드를 3타 차 선두로 출발했고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마지막 세 홀에서 더블보기 2개가 나오면서 4타를 잃고 우승컵을 놓쳤다. 3라운드까지 3퍼트를 1개도 하지 않을 정도로 코스를 잘 요리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3개의 3퍼트를 하는 등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파5 15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쳤던 게 화근이었다. 2타 차 선두를 달렸던 이수민은 어프로치 샷을 잘해 3m 내 거리에서 버디 기회를 잡았다. 성공하면 3타 차로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던 중요한 퍼트였다. 하지만 퍼트가 홀컵을 살짝 빗겨나갔고, 이수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순간 표정도 일그러졌다.

퍼트의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채 16번 홀 티 박스에 섰던 것은 티샷 실수로 이어졌다. 드라이버가 아닌 우드로 샷을 했지만 왼쪽으로 크게 감겨 러프에 들어갔다. 큰 나무들이 앞을 가려 레이업을 해야 했다. 세 번째 샷은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지며 짧았다. 10m 거리의 파 퍼트는 홀에 1m 가량 미치지 못했고, 라인을 너무 많이 감안한 보기 퍼트도 홀을 외면했다. 정말 뼈아픈 더블보기였다.

반면 우승 경쟁자 마커스 프레이저(호주)는 같은 홀에서 똑같이 그린을 놓쳤지만 까다로운 3m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15언더파 공동 선두였던 17번 홀에서도 그린을 놓친 뒤 칩샷을 절묘하게 홀에 붙여 위기에서 벗어났다. 베테랑 프레이저의 안정된 경기력이 이수민을 더 흔들리게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운명의 18번 홀에서 이수민은 드라이버로 과감하게 공략했다. 프레이저보다 20야드 이상 더 날아간 비교적 잘 맞은 샷이었지만 페어웨이 왼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그렇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길지 않은 러프였지만 볼이 완전히 잠겼다. 한 클럽을 짧게 잡고 공략했지만 세컨드 샷은 정확하게 임팩트 되지 않았고,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그린 주변에서 시도한 칩샷도 홀을 많이 지나갔다.

이수민은 또 다시 10m 거리에서 부담스러운 파 퍼트를 해야 했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홀을 지나치는 퍼트를 했지만 야속하게도 볼은 홀을 살짝 빗겨 나갔다. 반면 비슷한 곳에 볼이 떨어졌던 프레이저는 6m 거리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먼저 퍼트를 시도한 이수민이 프레이저에게 선생님 역할을 했다. 결국 평정심을 잃은 이수민은 또 다시 1m 보기 퍼트를 놓쳐 두 번째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이수민은 “이번 주는 내 골프 인생에서 정말 멋진 한 주였다.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16~18번은 어려운 홀이다. 16번 홀에서 생각이 너무 많아 스윙이 억제됐고 티샷 미스가 나왔다. 그린 위에서도 마지막 날 짧은 퍼트를 놓치다 보니 막판에 부담이 됐다. 짧은 퍼트를 몇 번 놓친 것이 패인”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이수민은 더 없이 좋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번 경기를 통해 그동안 받아 보지 못했던 압박감을 배웠다. 이런 경험을 하고 느낌도 알았으니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수민은 최근 3개 대회에서 톱10에 모두 진입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 첫 유러피언투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수민은 상금 3억1400만원을 획득하며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7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우승을 놓쳐 유러피언투어 직행 티켓도 날려보냈지만 남은 유러피언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10위 안에 들어 시드를 확보할 수 있다.

이수민은 쉴 겨를도 없이 22일 곧장 호주로 떠났다. 25일부터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퍼스 인터내셔널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 대회부터 5주 연속 강행군이다.

그는 “아직 우승할 수 있는 많은 대회가 남아 있다. 최근 세 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어갔다. 퍼스 대회를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JTBC골프에서 유러피언투어 퍼스 인터내셔널을 25일 오후 7시부터 위성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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