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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택시 (tax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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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말을 꼽으라면 역시 '택시(taxi)'가 상위 랭킹에 들 것이다. taxi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 taxa로 거슬러 올라간다.'평가하다' '(부담을)지우다' 또는 '요금'이라는 뜻이다. 세금(tax)과 어원이 같은 셈이다.

돈을 받고 태워주는 영업용 교통수단을 뜻하는 말로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주로 전세마차를 가리켰다고 한다.

근대 자동차 택시의 발상지는 독일이다. 1896년 3월 슈투트가르트에서 벤츠 두대가 처음으로 택시 영업을 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언덕이 많은 곳이어서 마차 택시가 자동차로 쉽게 바뀌었다고 한다. 제2호는 그해 말 파리에서, 제3호는 이듬해 런던에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1919년 12월 서울 중구 남창동에 일본인이 세운 경성택시가 최초의 택시회사였다. 당시 미제 도지(Dodge) 자동차 두대로 영업했다. 3년 뒤에는 조봉승이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종로택시를 설립했다.

택시는 마차 시절부터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요금 문제로 시비가 잦았다. 요금이 운전사 마음대로였기 때문이다. 19세기 런던에서 규제가 처음 마련됐지만 요금 시비가 가라앉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고 한다.

택시의 바가지 요금에 신물이 난 한 뉴욕 시민이 1907년 거리측정기를 단 택시회사를 스스로 차리기도 했다. 이것이 택시 미터기의 효시다. 우리나라에서 미터기가 본격 도입된 것은 62년부터였다. 그런데 요즘 서울의 택시 안에는 못 보던 풍경이 눈에 띈다.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을 단 택시가 나온 것이다.

택시 강도가 늘어나자 몇몇 개인택시 기사들이 십수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환란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지만 몸 한번 다치면 큰일이라며 달았다는 것이다. 한수 더 떠 가스총을 운전석 밑에 갖고 다니는 기사도 있다고 한다. 택시의 운전석과 뒷좌석을 가르는 방범용 칸막이는 치안이 어지러운 뉴욕에서 80년대부터 널리 보급된 것이다. 이제 서울도 치안만큼은 뉴욕 수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택시에서 승객이나 기사를 가장한 강도가 돈을 노린다는 점에선 taxa라는 어원이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말을 꼽으라면 역시 '택시(taxi)'가 상위 랭킹에 들 것이다. taxi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 taxa로 거슬러 올라간다.'평가하다' '(부담을)지우다' 또는 '요금'이라는 뜻이다. 세금(tax)과 어원이 같은 셈이다.

돈을 받고 태워주는 영업용 교통수단을 뜻하는 말로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주로 전세마차를 가리켰다고 한다.

근대 자동차 택시의 발상지는 독일이다. 1896년 3월 슈투트가르트에서 벤츠 두대가 처음으로 택시 영업을 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언덕이 많은 곳이어서 마차 택시가 자동차로 쉽게 바뀌었다고 한다.

제2호는 그해 말 파리에서, 제3호는 이듬해 런던에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1919년 12월 서울 중구 남창동에 일본인이 세운 경성택시가 최초의 택시회사였다. 당시 미제 도지(Dodge) 자동차 두대로 영업했다. 3년 뒤에는 조봉승이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종로택시를 설립했다.

택시는 마차 시절부터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요금 문제로 시비가 잦았다. 요금이 운전사 마음대로였기 때문이다. 19세기 런던에서 규제가 처음 마련됐지만 요금 시비가 가라앉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고 한다.

택시의 바가지 요금에 신물이 난 한 뉴욕 시민이 1907년 거리측정기를 단 택시회사를 스스로 차리기도 했다. 이것이 택시 미터기의 효시다. 우리나라에서 미터기가 본격 도입된 것은 62년부터였다. 그런데 요즘 서울의 택시 안에는 못 보던 풍경이 눈에 띈다.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을 단 택시가 나온 것이다.

택시 강도가 늘어나자 몇몇 개인택시 기사들이 십수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환란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지만 몸 한번 다치면 큰일이라며 달았다는 것이다. 한수 더 떠 가스총을 운전석 밑에 갖고 다니는 기사도 있다고 한다. 택시의 운전석과 뒷좌석을 가르는 방범용 칸막이는 치안이 어지러운 뉴욕에서 80년대부터 널리 보급된 것이다. 이제 서울도 치안만큼은 뉴욕 수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택시에서 승객이나 기사를 가장한 강도가 돈을 노린다는 점에선 taxa라는 어원이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