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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1번지 밀라노는 변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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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달 말 이탈리아 밀라노의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패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도 가장 패션을 앞서간다는 ‘패션 일번지’로 꼽히는 이 거리는 요즘 쇼핑객들이 부쩍 늘었다.

아르마니·프라다 등 유럽의 유명 브랜드들이 30∼50% 깎아주는 ‘여름 세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보통 6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되는 여름 세일은 7월 초에 대부분의 브랜드가 세일에 참여해 절정을 이룬 뒤 8월 말까지 이어진다.

특히 세일 첫날에는 쇼핑객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야만 한다.원하는 물건이 바닥나기 전에 사기 위해서다.이러한 쇼핑객들의 ‘열성’ 덕에 인기 품목은 세일 첫날 대부분 팔린다고 한다.

◇'패션 1번지' 몬테 나폴레오네=밀라노를 찾는 사람이면 한번쯤 들러보는 패션명소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어 세계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유명 브랜드의 최신 제품들이 가장 먼저 전시된다는 자부심도 강하다. 3백여m에 이르는 이 거리에는 아르마니.루이뷔통.페라가모.프라다.

구찌 등 60여개의 패션 부티크가 길 양쪽에 늘어서 있다.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돌체 앤 가바나, 마르니 등도 눈에 띈다. 거리 끝자락에 있는 '만조니'골목에는 아르마니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거리는 좁고 평범하다.

하지만 옛 정취가 느껴지는 골목 사이에 있는 매장에 들어서면 느낌은 확 달라진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매장은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장식돼 있다.

유명 브랜드 매장들은 요즘 조명을 어둡게 하고 회색.갈색 등 진한 색상의 자재를 써서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무나(?) 매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정말 물건을 살 만한 고객만 매장에 들르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매장에 섹션별로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고객들이 쇼핑하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모델 뺨치는' 판매사원들도 눈길을 끌었다.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의 판매사원들은 자사 브랜드의 복장을 입고 말쑥한 차림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몬테 나폴레오네로 몰려오기 때문에 이곳 매장은 단순히 판매 매장 역할뿐만 아니라 판매사원을 통해 광고.판촉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일본인이 가장 많다. 일본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기 전인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관광차를 세워놓고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에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매장 관계자는 "아직도 전체 매출 중에서 일본인이 구매하는 비율은 30%에 이른다"면서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일본과 중국 다음으로 큰 고객"이라고 말했다.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에는 고가품 매장만 들어서 있지 않다. 1백달러 미만의 중저가 시계가게, 50~60달러 수준의 운동화 매장을 비롯해 유모차.면 의류 전문 매장 등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거리가 패션가로 부상한 것은 밀라노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도 하지만 관광명소인 '두오모(Duomo.성당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와도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의 상징으로 불리는 두오모는 건축 기간이 5세기(1386~1813년)나 걸렸지만 긴 공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중간의 계획 변경 없이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변신하는 매장들=매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활발했다.

엠프리오 아르마니 매장-. 2천4백평 규모로 일반 매장의 20배 정도인 이곳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류뿐만 아니라 책.꽃.초콜릿.화장품.침구.가구 등 다양한 아르마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1, 2층 카페에는 식사와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1층 일식 바와 2층 일식 음식점에도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하에는 소니의 최신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소니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 오면 하루를 모두 즐길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에 남성.여성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돌체 앤 가바나도 남성전용 마티니 바와 바버숍(이발소)을 운영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홍보담당 디 아드레씨는 "옷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쇼핑에서 식사까지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도 추가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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