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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핵무장론에 북풍기획설, 안보 위기 파고드는 극단 주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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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한반도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때맞춰 한국 사회 내부에선 이념의 양극단을 대표하는 주장들이 분출하고 있다.

정몽준·원유철 “자위적 핵 가질 때”
전문가 “국제 고립, 엄청난 불이익
일본 극우파 군비 강화 빌미 제공”
이종걸은 “총선 겨냥한 북풍 의심”
“갈등 조장하고 불안감만” 지적도

대표적인 게 ‘독자적인 핵무장론’과 ‘총선용 북풍(北風) 기획설’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의 주장들은 이성적인 토론을 막고 국론 분열을 키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앙일보 여론조사(13~14일) 결과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7.7%(매우 찬성 32.8%, 어느 정도 찬성 34.9%)로, 반대 30.5%(매우 반대 9.6%, 반대하는 편 20.9%)를 압도했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무장론이 힘을 얻는 건 현실적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포퓰리즘”이라며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은 주장이 대북 강경론에 편승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북풍 기획설은 과거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총선만 의식한 왜곡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비핵화’ 흔드는 핵무장론=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다음 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용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도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국가 비상상황을 근거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잠정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은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후폭풍을 무시한 국가주의적 견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김영수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며 “핵무장을 하겠다는 건 미국의 반대와 국제사회 고립 등 엄청난 불이익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군비 강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외대 이장희 명예교수는 “우리가 핵무장론을 주장하면 전쟁 포기를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자는 일본 내 극우파의 주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며, 동북아 군비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만 따지는 ‘북풍 기획설’=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비판하며 “선거를 앞두고 북풍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야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더민주 중진 의원은 “대북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듯 무조건적인 포용도 답이 될 순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건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말했다.

 ‘북풍이 여권에 유리하다’는 공식도 옛말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천안함 폭침이 발생했을 때 보수층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고전을 한 쪽은 여당이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안보 우선주의’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총선용 북풍 주장은 안보를 정략적으로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치학회장인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재 한반도는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단기적으론 안보 불안감 해소에, 장기적으론 남북관계 해법과 외교력 강화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갈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눈앞의 이익보다 국가 미래를 고려한 장기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구·전수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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