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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신명나는 국악 타고 흐르는 ‘잎싹’의 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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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싹’이라는 닭이 알을 품어 자신의 아기를 보고 싶다는 소망을 스스로 이뤄 나가는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부모와의 갈등, 집단 따돌림, 자립심과 생명의식 등 청소년 시기에 깊은 이해를 동반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지난 2000년 출간 이후 160만 부 이상 판매된 아동문학의 스테디셀러죠. 이 작품이 뮤지컬로 재탄생했습니다. 공연에 국악적인 요소가 들어가 볼거리를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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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애니메이션에 이어 국악이 결합된 가족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찾아온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단 한 번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만 있다면.”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주인공 ‘잎싹’은 양계장에 갇혀 알을 낳아야 하는 암탉입니다. 하지만 알을 낳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언젠가 병아리의 탄생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만 갖고 있었죠. 주인은 그런 잎싹이 알을 낳을 수 없는 폐계가 됐다고 판단해 양계장에서 꺼냅니다. 살던 곳에서 쫓겨난 잎싹은 우연히 덤불 속에 버려진 알을 보고 따뜻하게 감싸지만, 알에서 태어난 아이는 닭이 아니라 오리였습니다. 주변 동물들은 오리를 기르는 암탉 잎싹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잎싹은 아기 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멸시와 조롱을 참아내죠. 자신이 품었던 오리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기르면서 겪는 일이 원작의 주요 내용입니다.

오리와 함께 겪는 다양한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유에 대한 갈망’입니다. 소설은 잎싹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아름다운 모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냈어요. 이 소설은 2002년에는 연극, 2011년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습니다. 연극의 첫 공연은 바로 매진됐고, 애니메이션은 220만 명이 관람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9위(2011년 10월 상영종료일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죠.

지난달 29일에는 뮤지컬로 변신했습니다. 국립국악원 소속 연주단이 들려주는 국악 선율로 가득한 ‘가족 음악극’으로요. 애절한 피리 소리로 잎싹의 슬픈 마음을 표현하는 등 흥미 있는 요소가 많죠. 길 가던 나그네가 잎싹을 보호해주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장면과, 청둥오리가 다른 오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장면, 그리고 그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잎싹의 모습이 수준급 국악 연주와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뮤지컬을 연출한 송인현 극단민들레 대표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으로 가득한 공연을 관람한 후 원작 소설을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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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기간 2월 27일까지, 화·목요일 오후 4시, 수·금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토요일 오후 1·4시, 일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관람료 S석 4만원, A석 3만원

문의 02-3272-6652

소중 학생기자·독자의 관람 후기
음악극이 준 색다른 즐거움 | 구태희(서울 서원초 4) 학생기자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전에 몇 번 읽은 적이 있어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극 형식의 뮤지컬로 만들어진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솔직히 난 국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만큼 기대도 됐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비슷했지만, 역시 공연은 소설과 많이 달랐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잎싹’이 홍수라는 사건을 겪기도 하고 족제비에게 시달리던 내용도 있었지만 공연에는 빠져 있었다. 대신 음악과 함께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면서 보여주는 공연 속에서 나는 소설과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잎싹의 사랑과 희생은 역시 감동적이었다. 나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꿈을 한 번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공연이었다.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잎싹의 모습 | 주서연(서울 우신초 6) 독자

뮤지컬을 보기에 앞서 ‘과연 국악과 잘 어울릴까?’라는 걱정부터 들었다. 내가 아는 국악이란 사람이 앉아 장구를 치고, 그 옆에서 노래하는 조금 친숙하지 않은 장르라서다. 하지만 국악 특유의 슬픈 멜로디가 의외로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잎싹은 아무리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생할 줄 아는 닭이었다. ‘이건 못해’, ‘절대 할 수 없어’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들만한 상황에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잎싹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잎싹처럼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더 이상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슬픔 반, 기쁨 반’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 모두의 엄마들이 바로 그럴 것 같다.

원작의 재미 살려주는 의상 | 이다현(경기도 화성 금곡초 5) 학생기자

알을 품는 소망을 이룰 수 있어 기쁘면서도, 자신의 알이 아니기에 주인이 나타나면 내어주어야 하는 잎싹이 불쌍했다. 그래도 잠시나마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잎싹은 진심으로 기뻐했고 따뜻한 마음으로 알을 품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소망을 이룬 잎싹을 축하해 주고 싶었고, 잎싹의 따뜻한 마음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입은 옷도 인상 깊었다. 잎싹은 왠지 볼품없어 보이는 옷이었고, 족제비는 날렵한 느낌을 주는 달라붙는 옷이었다. 자신의 역할에 맞게 입은 것 같아 한눈에 캐릭터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국악은 재미없는 것,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꼭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문화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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