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가 타봤습니다…람보르기니 우라칸 LP 610-4 스파이더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슈퍼카 람보르기니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신형 ‘우라칸 LP 610-4 스파이더’의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었습니다. 기존 우라칸 LP 610-4의 오픈카 모델입니다. 마이애미의 휴양도시 사우스비치 해변에서 열린 시승엔 20여개국의 40여명 기자가 참여했습니다.

대부분 한 개 국가에서 한 명의 기자를 초청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중국(3명)과 일본(4명) 기자가 많았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3245대의 차를 팔았습니다. 절반 가량은 미국에서 판매했고,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린 지역이 중국과 일본입니다. 그만큼 황금 시장인 셈입니다. 한국에선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습니다.

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모델명에 대부분 포함됐습니다. 우라칸은 스페인의 유명한 싸움소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황소가 상징인 람보르기니는 차명에 소의 이름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라칸은 1879년 활약한 투우로, 절대 물러서지 않고 맞선 걸로 유명합니다. 스페인어로 ‘허리케인’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LP는 운전석 뒤에 세로로 장착한 엔진의 형태를 뜻하며, 610은 차의 최고 출력, 4는 ‘네바퀴굴림’차를 의미합니다. 마지막 스파이더는 2인승 오픈카를 지칭하는 용어죠.

기사 이미지

람보르기니는 ‘하늘을 가져라(Own The Sky)’는 문장으로 우라칸 스파이더를 수식합니다. 바람을 가르고 헤쳐 나가는 이미지보다는 하늘에 포근히 안겨서 달리는 '감성'을 강조합니다. 실제 주행에서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열린 천장과 창문으로 유입된 공기가 좌석 뒷부분을 타고 몸을 감싸듯 퍼집니다. 거추장스럽게 얼굴을 때려 눈을 감게 만들지 않습니다. 람보르기니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공기 역학' 기술 덕분이라고 합니다.

기사 이미지

람보르기니는 고성능 자동차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주행 시험장이 아닌, 미국 마이애미의 해변에서 시승 행사를 열었습니다. 속도가 89km/h로 제한된 곳으로 폭발적 성능을 체험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슈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성능보다 감성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시속 100km 이하에서도 차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지요. 차분히 해안을 달리자 옆으로 스치는 아름다운 풍광과 바람이 운전의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줍니다.

기사 이미지

오픈카인 우라칸 스파이더는 천 소재의 소프트톱을 적용했습니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공간의 손실을 없애고 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천장이 완전히 열리고 닫히는 데는 17초가 걸립니다. 시속 50km 이하에서는 주행 중에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소프트 톱이 천장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까지 아름답다”는 설명에서 스타일에 대한 람보르기니의 고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사 이미지

외관에는 람보르기니의 상징인 육각형 콘셉트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파격적이면서도 강렬한 선이 눈에 띕니다. 람보르기니의 다른 차에 비하면 절제되고 가다듬어진 선입니다. 보다 대중적인 판매를 지향하는 람보르기니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기사 이미지

후방 측면에서 보면 뒷바퀴를 감싸고 있는 우람한 근육이 도드라집니다. 육각의 콘셉트는 여기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퀴 휠에도 육각이 보이지요. 진한 파랑색 차체와 바퀴에 장착한 빨간색 브레이크 패드의 조화가 인상적입니다.

기사 이미지

람보르기니 측에선 “속도보다는 감성에 집중하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런 고성능차를 타면 질주 본능이 꿈틀거릴 수밖에 없겠죠. 5204cc의 10기통 엔진을 장착한 우라칸 스파이더는 최대 출력이 610마력, 최대 토크가 57.1kgfㆍm에 달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4초, 최대 속도는 324km/h입니다. '밟는 만큼' 나갑니다. 운전대 밑에 붙은 버튼을 조작해 'STRADA(노멀)ㆍ스포츠ㆍCORSA(레이싱)' 3가지 모드로 달릴 수 있습니다. 모드에 따라서 변속 타이밍ㆍ배기음ㆍ전자 장치의 개입 정도가 달라지고 다이내믹한 주행도 할 수 있습니다.

기사 이미지

우라칸 스파이더의 실내입니다. 송풍구와 센터페시아의 버튼 등 곳곳에 숨은 육각형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알칸타라와 나파 소재를 적절히 섞어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낮은 차체 때문에 타고 내리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따로 연습이 없으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굴러서 타고 내려야 하고 체면을 구길 수 있습니다. 수퍼카를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죠.

기사 이미지

일반 자동차의 기어박스가 있는 곳엔 후진(R)과 주차(P), 수동(M) 조작 버튼만 있습니다(여기에도 육각형이 숨어 있네요). 차를 움직이기 위해선 주행(D) 기어를 넣어야 하지요. 운전대 옆에 붙은 패들을 앞 쪽으로 당겨야 비로소 차가 출발합니다. 양쪽에 붙은 패들을 동시에 당기면 기어가 중립(N)에 놓입니다. 작동 방식이 달라 사전 지식이 없으면 출발조차 하기 힘듭니다.

기사 이미지

시승을 앞둔 여러 색깔의 우라칸 스파이더입니다. “총 몇 가지의 색깔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원하는 모든 색이 가능하다(Whatever you want)”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유럽에서 2억5000만원(부가세 별도)이 넘는 우라칸 스파이더는 주로 주문 제작 형태로 이뤄집니다. 내부 옵션과 컬러를 소비자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의 대표 모델인 아벤타도르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가격인 건 틀림없습니다.

기사 이미지

람보르기니 슈테판 윙켈만 CEO는 “쉬운 운전과 성능의 균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성능 차를 타고 싶으면 운전 실력부터 키워라”던 입장에서 벗어나려는 거죠. 더 많은 고객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람보르기니는 최고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3425대의 차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보다 28% 늘어난 겁니다. 우라칸은 2000여대를 판매했습니다. 신형 우라칸 스파이더는 올 하반기께 국내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감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람보르기니의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이애미=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