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대북 레버리지는 세컨더리 보이콧, 개성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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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9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로 날아갔다.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북과 거래 많은 중국이 제재 타깃
안보리 중·러는 대북 제재 미온적
정부 “개성공단 등 모든 조치 검토”
한번 폐쇄하면 재개 어려워 고민

윤 장관은 첫 일정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러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대표들과 연쇄 접촉했다. 윤 장관은 11~13일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유럽 주요국 외교장관 등을 만날 계획이다.

윤 장관의 행보에서 드러나듯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중요하다. 문제는 북한이 워낙 여러 차례 유엔 안보리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바닥났다는 점이다.

현재 남은 수단들 중 가장 효과적인 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할 경우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인권 유린 등을 자행하는 북한의 개인·단체·기관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할 수 있다.

타깃은 중국이다. 횟수와 규모 면에서 북한과 가장 많이 교류하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북한의 기업과 거래하는 중국의 은행에도 금융제재 등을 가할 수 있다.

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통화에서 언급한 ‘양자 차원의 강력한 제재 조치’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이르면 다음 달 초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대북제재 법안이 의회를 통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호주·유럽연합(EU) 등도 독자 제재 강화의 일환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걸림돌이다. 대북제재 강도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의견 차가 크다.

유엔 안보리 제재 협의에서도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새 제재는 협상을 통한 해법을 장려하는 내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새 결의가 북한의 경제적 붕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국제사회를 설득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제재라면 남북한 간에 사용할 수 있는 제재 ‘무기’는 개성공단 카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비핵화로 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일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500명 이하로 축소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남북 간 남은 마지막 채널로, 한번 폐쇄하면 다시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 카드를 쓸 경우 사실상 남북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간다는 점에서 도발에 대한 대응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 고려할 수 있는 카드지만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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