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비공식업체서 홈버튼 수리 땐 먹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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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회사원 송모(40)씨는 최근 아이폰 운영체제(OS)를 ‘iOS9’로 업그레이드하다 눈앞이 노래졌다. 화면에 ‘에러 53(사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뜨더니 아이폰 작동이 완전히 멈췄기 때문이다. 기기 안에 저장해 둔 사진과 동영상을 복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OS 업그레이드 중 ‘에러 53’ 속출
폰 사용 차단, 사진 등 복구 불가능
애플 “보안 목적” 사전 공지 안 해
“제한 지나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송씨는 “최근에 홈버튼이 고장 났는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정식 애프터서비스(AS)센터가 아닌 사설 업체에 수리를 맡긴 게 원인”이라며 “애플에 문의하니 ‘새 아이폰을 구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며 하소연했다.

비공식 AS업체를 통해 수리한 경우 iOS9 업그레이드 시 아이폰이 먹통이 될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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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가디언·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 홈페이지에는 최근 “iOS9로 업그레이드를 하다가 ‘에러 53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뜬 이후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피해를 본 사용자들의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주로 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홈버튼의 ‘터치ID’를 공식 AS센터가 아닌 곳에서 수리·교환받은 경우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에러 53’이 발생하면 스마트폰 사용이 차단될 뿐 아니라 저장해 둔 각종 정보와 사진을 복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는 고객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터치ID가 결제수단인 ‘애플 페이’ 등과 연동되는 만큼 비정상적으로 장착된 것이 확인됐을 경우 이를 차단해야 해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애플 대변인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저장해놓은 자료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아이폰은 불능 상태가 된다”며 “에러 53은 애플이 고객의 보안을 보호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사실 애플은 사설 업체에 수리를 맡긴 기기에 대해서는 수리·교환 등을 제한하는 폐쇄적인 AS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애플이 OS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이런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사전 공지 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발을 키우고 있다.

보안 목적이라고 하지만 단지 사설 업체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막는 것이 지나친 제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가디언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 주인에게 지정된 곳에서만 수리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애플이 정한 곳에서만 수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홈버튼 같은 핵심 부품의 수리는 가격이 비싸고 절차가 번거롭더라도 정식 AS센터에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에러 53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확실치 않은 해결책을 따라 하기보다는 애플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애플 측이 대부분의 경우 ‘새 아이폰을 구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안내하겠지만 일부 경우에는 수리가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설 업체를 통해 수리를 받은 이용자라면 iOS9으로의 업데이트를 피하는 게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막는 방법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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