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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경제 생활] ‘별’ 땄지만 때론 로또 당첨 꿈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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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 웬만한 월급쟁이가 벌기엔 쉽지 않은 금액이다. 임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본지 설문조사에 응한 임원 100명 가운데 80%는 평균 연봉이 1억~3억원 수준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2월 부장급 189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부장급이 16%에 불과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업 규모와 성과에 따라 4억~7억원(5%)을 받는 임원도 있었다. 통상 20년 내외의 근무연수로 비교하면 부장과 임원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연봉으로 환산하면 천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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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많다고 생각할까. 사내에서는 상위 1%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연봉을 받지만 정작 임원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상위 20~30%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0%만이 ‘나는 대한민국 상위 5%’라고 답했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상위 30~60%라고 말한 임원도 일부(11%) 있었다. 중견기업에 재직하는 한 임원은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생활 수준이 그만큼 높아지다 보니 부장급일 때보다 경제 상황이 월등히 나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을 하위 10~40% 혹은 그 이하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임원이 본인의 경제력을 평균 이상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평균 연봉 1억~3억원이지만 복권 구입
은퇴 후 계획 “계속 일하고 싶어”

“내 경제력 평균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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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10명 중 8명은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는데도 자녀의 교육 등을 이유로 전세를 택한 사람도 17%나 됐다. 전세난에 월세를 택한 임원도 있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주택 한 채만 보유했지만 2~3채를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 주택을 한 채도 보유하지 않았다고 답한 임원도 6명 있었다. 내 집 마련에 주택담보대출은 필수적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임원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8명이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보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출금을 갚아야 하더라도 65.5%는 대출금 상환에는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약 7%에 불과했다. 이는 부장급 가운데 24.8%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응답한 것과 차이를 보인다.

부장급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나아졌지만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람의 심리는 임원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조사에서 ‘로또를 구입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한 부장이 56.1%였던 반면 임원급은 39%만이 로또 구입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두세 번은 로또를 구입한다는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임원이 되기 전부터 사던 것이 습관이 돼 주기적으로 구입한다”며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임원들은 돈을 어디에 많이 쓸까. 수입을 어느 항목에 많이 지출하는지 물었다. 임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수입의 20~30%는 각각 저축과 자녀 교육비에 할애했다. 100명 중 27명은 자녀 교육에 30% 이상을 쓴다고 답했고, 50%를 투자한다고 답한 임원도 1명 있었다. 평균 연봉을 1억원으로 잡았을 때 연간 3000만~4000만원을 자녀 교육비에 지출하는 셈이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부장 역시 수입의 24%를 교육비로 쓴다고 답해 임원과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임원이 부장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받지만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자녀 교육에 쓰고 있었다.

부장급은 대개 중·고등학교 자녀의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장급보다 평균 연령이 더 높은 임원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유학 경비에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 부장급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두 자녀 모두 해외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한 대기업 임원은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긴커녕 더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식 한 명당 학비만 해도 1년에 수천 만원에 달하다 보니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능력만 된다면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냐”고 말했다.

자기계발보단 문화생활에 더 많이 투자

금융 자산의 투자 비중은 사람마다 달랐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주식 펀드와 채권·적금·연금보험 등에 골고루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짰다.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도 2명 있었다. 저금리 시대에 금리가 낮은 예·적금 대신 주식 펀드에 절반 이상 투자하는 비율이 22%에 달했다. 금리가 낮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예·적금에 70% 이상 자산을 넣어뒀다고 답한 사람도 10명 있었다. 100명 중 한 명은 주식 펀드에, 또 다른 한 명은 예·적금에 ‘올인’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많아서인지 문화생활이나 자기개발 등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응답자의 약 70%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수입의 10% 이상을 투자한다고 답했다. 50~60%를 쓴다고 답한 사람도 3명 있었다. 다만, 문화생활에 많은 돈을 들일수록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견기업에 재직하는 3년 차 임원은 “자녀가 다 독립하고 나니 아내와 취미생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젊을 때 일만 하느라 즐기지 못한 문화생활을 이제서야 조금씩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에는 대개 5~10%가량 투자한다고 답해 문화생활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직장인의 표본’으로 불리는 임원은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들도 노후 대비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다수(77%)였다. 그러나 ‘충분히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로 ‘전혀 못하고 있다’고 한 비율(13%)과 비슷했다. 인생 1모작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은퇴 후 재취업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30%로 가장 많았다. 자영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2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달리 별 계획이 없다(25%)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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