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파견법 통과위해 피 토하며 연설하라"는 지시 따른 함진규, 김명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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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파견법 처리를 강조하는 새누리당 함진규(경기 시흥갑), 김명연(경기 안산 단원갑) 의원의 성토가 이어졌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안산의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파견법 통과를 위해)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세요”라는 주문에 따른 것이다.

함 의원은 “어제 박 대통령께서는 제 지역구인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중소기업인과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간절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며 "시화국가산업단지만 해도 일자리는 많은데 젊은이는 안오고 외국인 노동자는 여러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설비를) 놀리는 작업현장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은 피눈물이 난다고 한다”며 “자본을 투자하고 기술 혁신을 하고 거래처를 뚫고 갖은 노력으로 기업을 일궈놨는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의원은 또 야당을 향해 “파견법 개정을 막은 결과 그대들이 말씀하시는 고용안정은 나아졌냐.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 56세까지 남아있으면 도둑이라는 오륙도, (회사 퇴출 나이가) 사오정(45세), 삼팔선(38세)까지 내려온지 오래됐다. 이 모두가 고용구조가 경직되어 있어 빚어지는 현상으로 그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뿌리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마지막에 자유발언에 나선 김 의원도 '피만 토하지 않았을 뿐'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랐다.

김 의원은 “현재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 브랜드인 미국 애플의 아이패드, 벤츠·아우디 등의 제품을 보면 성능, 즉 소프트웨어도 훌륭하지만 이와 함께 제품의 내구성과 매력적인 디자인을 받쳐주는 하드웨어인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산업 기술이 뛰어나다”고 운을 떼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 뿌리 산업은 매우 흔들리고 있는데, 그냥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뿌리가 뽑혀나갈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노동개혁법안들이 통과되면 뿌리 산업종사자 55세 이상의 근로자의 파견 범위가 확대가 되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인력확보가 한층 용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을 향해 “2004년 11월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법에는 현 정부의 법안보다 더욱 강력하고 확대된 내용(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업종 전면 삭제)이었다”며 “그런데 어떻게 이제 와서 반대를 하고 있냐”고 비판했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하는 주조·금형·용접 등 6개 업종, 이른바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통과시키려는 법안은 뿌리산업에서도 중장년층 전문·관리직을 고용할 수 있도록 파견을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파견법) 가운데 박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법안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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