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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 뜬 개성공단] 南 기업들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착공식이 열린 개성공단에 대해 국내 중소기업들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제조회사인 우한세릭 관계자는 2일 "임금 수준은 중소기업에 큰 문제가 아니다. 북한 근로자에게 중국.동남아시아보다 10달러 정도를 더 주더라도 개성공단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한국의 임금 수준으로는 도저히 타산성이 없어 중국으로 진출했지만, 한국의 기업문화를 이식시키는 데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양말 제조회사인 세그린 관계자도 "중국 등지에서 양말을 위탁가공하고 있지만 언어소통.문화적 차이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개성공단에 입주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金弘經)이 섬유.신발.금속 업종의 중소기업 3백2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대북진출 반응도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희망 업체들은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59.1%), 지리적 인접성(24%) 등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또 이들이 원하는 북한 근로자의 월 임금은 평균 67달러로 남북한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65달러와 비슷하게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중소기업간 컨소시엄 진출'(29.3%)이나 '대기업과 협력해 동반진출'(15.5%)보다'독자적인 진출'(43.7%)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단 남북협력지원팀 동명한(董明漢)부장은 "중소기업들은 개성공단을 남한의 전용공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복잡한 컨소시엄보다 독자 진출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업체당 평균 투자규모는 부지 2천8백48평에 투자금액 1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의 사용자 부담은 절반 이상(58.3%)이 반대해 이 대목이 향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희망하는 토지분양가는 평당 12만5천원(정부 보조금 제외)으로, 현재 거론되는 30만원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도 과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董부장은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평당 분양가가 20만원을 넘으면 분양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대기업들은 개성공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으로서는 이 공단에서 마땅한 사업종목을 찾기가 어려운 데다, 이미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LG상사 이종근(李鐘根)부장은 "개성공단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므로 대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적합한 사업이 없다"며 "앞으로 대기업들은 개성공단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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