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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혹독한 대가 치를 장거리 로켓 도박을 중단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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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를 노골적으로 비웃는 도박을 기어코 강행할 모양이다. 북한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 이후 한 달여 만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것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겠다는 의도 외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핵·미사일이 체제 선전은 될지 몰라도
핵미사일 보유국 대접 기대는 말아야
생명줄 중국마저 등 돌릴 파국 지름길

특히 지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의 높이를 67m로 증축한 사실에 비춰 이번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가 2012년 12월 발사에 성공한 은하3-2호의 1만㎞를 훨씬 상회하는 1만3000㎞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로켓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중량을 500㎏까지 늘릴 수 있다면 이는 곧 미국 본토에까지 핵탄두를 실어 보낼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어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차치하더라도 위협적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로켓 발사 통보가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 중에 이뤄진 사실이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우 대표의 방북이 6자회담 미국 측 대표인 성 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의 회담 후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우 대표가 방북 전 로켓 발사 계획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우 대표가 북한의 발사를 만류할 수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 제1비서와 만날 당시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던 지난해 10월과는 달리 지금은 이미 로켓 발사 프로그램이 가동된 상태다.

북한은 5월 초로 예정된 당 대회에 앞서 수소탄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성공을 체제 선전을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거의 유일한 방패막이이자 생명줄과도 다름없는 중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기 전에 로켓 발사를 하겠다는 의도다. 안보리의 도마에 오르더라도 핵과 미사일을 하나로 묶은 명실상부한 ‘핵미사일’ 보유국으로 대접을 받겠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그러한 전략이 국내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이 바라는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에서는 한 걸음 더 멀어지는 파국으로의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이미 강경대응을 천명한 미·일이 안보리 제재 외에 독자적인 대북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게 불가피하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역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을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 역시 MD(미사일 방어)시스템 편입 등에 대해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상황이 그처럼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혹독한’ 대가만이 기다리고 있는 장거리 로켓 도박을 북한은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