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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m길이 땅굴 파 기름 훔친 일당 구속

중앙일보

입력

 
경부고속도로 밑을 가로지르는 땅굴을 파서 송유관 기름 약22억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의 경유 등 기름 161만ℓ를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로 정모(44)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5∼9월 충북 청주 인근 경부고속도로 옆 컨테이너 야적장을 빌려 도로 건너편 송유관까지 깊이 2∼3m, 길이 70m짜리 땅굴을 팠다. 이들이 판 땅굴이 송유관까지 다다르자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고압호스를 연결 한 뒤 휘발유 (75만4700ℓ), 경유 (84만3900ℓ), 등유(2만500ℓ) 등 총 161만9100ℓ의 기름을 훔쳤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땅굴을 팠고, 범행 준비 자금으로만 7억~8억원을 썼다. 송유관에는 진동감지센서와 유종 감별기, 유압계 등을 설치했고, 땅굴 내부에는 환풍기, 배수시설 등도 마련했다. 지역경찰관 김모(45)씨도 공범인 이모(40)씨의 부탁을 받고 이들 일당의 수배조회를 해주는 등 범행을 도왔다고 한다.

이렇게 훔친 기름은 경기ㆍ충청권 주유소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려나갔다. 정씨 일당이 훔친 기름으로 얻은 부당 이득은 약 2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기름을 훔치는 범죄는 화재사고 등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대한송유관공사 등과 협업 체제를 유지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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