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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본 통계] '45세 정년'에 떠는 중장년 시름 덜어줄 임금피크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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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에도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정년은 보장하되 정년이 되기 몇해 전부터 생산성에 맞춰 임금을 낮추는 제도다. 일자리를 나눠 갖는(work sharing)방법 중 하나로 신용보증기금이 첫 타자로 나섰다. 근로자로선 갑자기 내몰릴 지 모른다는 걱정을 덜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어서, 기업으로선 인건비를 줄이고 인사 적체를 풀 수 있어서 좋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들이 절약한 비용으로 젊은 인력을 채용하면 조직의 신진대사는 물론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에 따른 인적 자원 낭비와 사회적 부담도 덜 수 있다.

'475'(40대, 19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세대는 낀 세대다. 야근을 밥먹듯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87년 넥타이 부대의 앞줄에 서서 6.29선언을 이끌어낸 민주화의 주역이지만 386세대에 치이고 5060세대에 눌려 지낸다. 열심히 뛰어 압축성장을 일궜지만 97년 말과 98년 초 외환위기 때 1차적으로 밀려났고, 지금도 걸핏 하면 사오정 취급을 당한다.

그렇지만 통계로 본 40대의 활동은 어느 세대보다 활발하다. 오늘도 전국에서 일하는 40대는 6백8만명. 전체 취업자의 27.2%다. 취업자 수는 30대(6백25만)보다 17만여명이 적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40대가 79.3%(남성 94.4%, 여성 63.9%)로 가장 높다.

한창 돈 들어갈 데가 많은 시기이므로 남성, 여성 가릴 것 없이 열심히 일하려고 애쓴다. 특히 여성 취업자 중에선 40대가 2백43만명으로 어느 연령대보다 많아 '아줌마 취업'이 활발함을 보여준다.

사회 참여도 40대가 으뜸이다. 지난해 12월, 16대 대선에서 '인터넷 동원'으로 20, 30대가 대거 투표장으로 몰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40대가 가장 열심히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유권자 수는 30대(8백79만명)에 이어 20대(8백10만명), 40대(7백84만명)의 순서인데 실제 투표자는 40대가 5백98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인구구조로 볼 때 40대는 사람의 허리에 해당한다. 청소년과 노인들을 먹여살리는 중심축이다. 축구로 보자면 공격과 수비 양쪽을 연결해주는 미드필더 격이다.

중산층의 핵심도 40대다. 장년 실업은 중산층 약화와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져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경제.사회 문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더구나 40대 가장의 갑작스런 실직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 해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청년층보다 실업률은 낮지만 40대 장년층의 실업이 사회문제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40대가 활발하게 움직여야 경제도, 사회도 건강해진다.

양재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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