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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신문, 박근혜 대통령 향해 ‘희세의 악마’ ‘특등 거짓말쟁이’ 폭언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를 두고 “위기 모면을 위한 말장난으로 민심을 우롱했다”고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희세의 악마’, ‘특등 거짓말쟁이’, ‘독재자’ 등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26일자 ‘냉대만 받은 요망한 말장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집권자가 ‘경제비상 상태’를 운운하며 국회를 향해 ‘식물국회’, ‘동물국회’라고 악청을 돋구고 뻔뻔스러운 자화자찬에 온갖 요망을 부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한) 사람들은 그것을 시끄럽게 여기며 제 갈 길을 갔고 그의 몰골이 방영되는 TV에는 아예 등을 돌려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민심이 현 집권자의 대국민 담화를 외면한 것은 특등 거짓말쟁이, 근로인민들의 운명을 짓밟는 독재자, 매국노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감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인신 공격도 늘어놨다. 신문은 “남조선 집권자가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34일만에야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고 청승 맞게 쥐어짠 거짓눈물이 화제였는데 그것은 일명 ‘악어의 눈물’이다”고 비난했다. “인민들을 우습게 알며 독재와 악정에 열을 올리는 이런 희세의 악마가 위기 모면을 위해 또다시 대국민 담화라는 말장난으로 민심을 우롱했으니 사람들이 어찌 격분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도 했다.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망발에 가까운 비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유엔 안보리 차원뿐 아니라 양자 및 다자적 차원에서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외교ㆍ통일ㆍ국방부 등 외교안보분야 3개 부처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는 6자 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을 뺀 5자 회담 추진을 강조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노동신문의 이날 기사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고강도 제재와 압박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온 반발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사드의 군사적 배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까지 중국에 고강도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하자 북한이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써가며 대남 비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27일 중국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미ㆍ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박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수준의 인신공격은 결국 박근혜정부와 더이상 대화나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하다”며 “2월로 예상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3월 한미 군사훈련, 4월 총선, 5월 북한 노동당 대회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남북관계가 전기를 맞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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