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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탐험(3)] 새로운 권력의 탄생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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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9월 완공을 앞둔 평양민속공원을 찾아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0년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후계자에 올랐다. 지금부터는 후계자 수업을 제대로 받아야 했다. 최초의 멘토였던 김두남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2009년에 사망했고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1924~2013)은 86세로 고령이었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정은을 보좌해 줄 3인방을 지명했다. 그들은 김양건 대남비서, 박도춘 군수담당 비서, 김평해 간부담당 비서 등이었다. 김정일이 이들을 뽑은 것은 전형적인 테크로크라트인데다 어떤 세력에도 포함되지 않아 김정은에게만 충성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들을 통해 노동당과 북한을 배웠다.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30일 김양건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애도한 것은 이 때 맺은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다. 박도춘은 지난해 4월 김춘섭 전 자강도 책임비서에게 국방위원회 위원을 물려주면서 당 비서에서도 물러났다. 하지만 박도춘은 지난 11일 김정은이 수소폭찬 실험에 관여한 인물들을 불러 기념사진을 촬영했을 때 동행해 건재를 과시했다. 현재는 정치국 위원에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평해는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당 간부담당 비서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양건-대남 관계, 박도춘-핵·미사일 등 군수 분야, 김평해-인사 등의 노하우를 들었다. 하지만 기간이 짧았다. 김정일이 1년 뒤에 사망하면서 한가하게 수업만 받을 수 없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사망 이후 의사결정자(decision-maker)가 돼 버렸다.

‘김정은 보좌 3인방’은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김정일 운구차 8인방’ 가운데 5명이 물러나는 살벌한 공포정치 속에서도 이들은 김정은을 보좌하면서 후계작업을 안정화시켰다. 김정은은 김양건· 박도춘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김평해는 올해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권력은 정치국 서열로 정해진다. 북한 매체들이 사람의 직책을 발표할 때 제일 먼저 정치국 위치를 발표하는 것도 그 이유다. 따라서 후보위원에서 위원이 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3인방은 세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김정일이 키운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군부 등은 자신들의 세력을 이용해 김정은 주변에서 3인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감시하고 견제했다. 김정은이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항상 노출돼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이 없어 제거되기도 쉽다.

다행히 3인방은 나서지 않는 성격에 점잖은 편이라 장수할 가능성이 많았다. 그러나 김양건이 교통사고(북한 공식 발표)로 사망하면서 어떤 세력들로부터 감시받고 견제받았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따라서 김정은이 최근 박도춘을 챙긴 것도 그런 연유일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김정은이 자신의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지 지켜볼 대목이다. (계속)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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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탐험(1)] 새로운 권력의 탄생①
[김정은 탐험(2)] 새로운 권력의 탄생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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