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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터지는 부실…은행권 BIS 관리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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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협중앙회는 홍콩H지수의 급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3년내 BIS 하한선 4%P 오르는데
신협, 홍콩 ELS로 평가손 700억
BNK, 주가 내려 증자 효과 미미
수출입은행, 조선사 부실에 신음

신협은 전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금 6050억원의 60%인 3650억원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의 ELS 평가손실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지수인 홍콩H지수는 올 들어선 한때 8000선까지 깨졌다. H지수가 추가로 더 떨어지면 신협의 평가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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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중앙회는 “만기시점인 2018년까지 H지수가 첫 투자시점의 85% 수준으로 회복되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증시의 앞날을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은행권의 리스크(위험)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국 증시 급락 같은 대외불안이 커진데다 국내에선 부실기업(좀비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실채권이 늘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제적인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2분기 14.09%에서 3분기 13.99%로 하락했다. 금감원은 4분기에도 이 비율이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상원 금감원 은행감독국 건전경영팀장은 “하반기 은행 대출이 늘어난 반면 당기순이익은 줄어든데다 원화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들은 2018년 말까지 강화된 자산건전성 기준(바젤Ⅲ)을 따라야 한다. 국제업무를 하기 위한 BIS 자기자본비율 하한선은 9%에서 13%로 높아진다.

신협중앙회의 지난해 3분기 BIS 비율은 8.16%로 전분기보다 1.41%포인트 떨어졌다. 물론 신협은 국제업무를 하지 않는 금융회사여서 바젤Ⅲ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서민 고객이 많은 만큼 건전성 관리가 시중은행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은행·경남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지주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이 회사는 2014년 경남은행 인수로 악화한 자산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742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지난해 3분기 말 11.59%인 BIS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13%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주가가 두 달 새 30% 이상 급락했다. 결국 증자는 목표치의 64%(4750억원)만 달성했고, BIS 비율은 0.72%포인트 올리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박영봉 BNK금융지주 부사장은 “현재 당기순이익 추세라면 2018년 말까지 충분히 BIS비율 기준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도 대우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같은 조선사 부실을 떠안으면서 자산건전성이 나빠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IS 비율이 9.44%로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10%)을 밑돈다. 이러자 수출입은행은 자산건전성 회복을 위해 정부에서 1조1300억원(현물 1조원, 현금 1300억원)의 출자를 받았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2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출자로 지난해 말 BIS 비율이 10.11%로 상승했다”며 “시중은행과 BIS 비율을 비교할 때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자산건전성 유지가 은행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대출 등 자산 늘리기 경쟁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부실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스위스 바젤의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은행 자산건전성 지표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뜻한다. 대출 등 자산이 늘어나는만큼 자기자본을 늘려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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