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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봉제, 대구의 섬유…스마트 섬유로 함께 엮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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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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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옷을 입는 한 섬유산업은 망하지 않는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6> 고부가 섬유
섬유산업 미래 성장동력 되려면
기존 제조업 기반+첨단기술 공존
한국, 시너지 낼 수 있는 입지 갖춰
‘히트텍’ 합작한 도레이·유니클로
원사·유통 등 수직계열화로 대박
R&D만큼 기획·판매도 신경 써야

 섬유업계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이다. 하지만 1970~80년대 호황을 누렸던 국내 섬유업체 중 상당수가 지금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효성 이제우 마케팅팀 부장은 “지금 한국 섬유산업은 제2의 기로에 있다”며 “첨단 고부가가치 섬유로의 사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섬유업계에선 신소재를 개발해 양산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고 본다. 세계 1위 탄소섬유 기업인 도레이만 해도 60년대 초 탄소섬유를 개발하기 시작해 7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PAN(팬)계 탄소섬유를 상업 생산하기 시작했다.

도레이는 매년 매출의 약 3%인 약 6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도레이 내부에선 ‘히키다시(舌盒·서랍)의 묘’라는 말이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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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설립된 이래 90년 동안 갈고 닦은 R&D 결과들이 너무 많아 서랍에 하나씩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활용한다는 뜻이다. 탄탄하게 쌓인 R&D의 역사가 얼마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도레이와 유니클로는 발열성 내의인 ‘히트텍’을 공동 개발하면서 무려 1만 장이 넘는 시제품을 제작했다가 버린 끝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히트텍은 2003년 발매 이후 1억 장 넘게 판매됐다.

 섬유 R&D 지원은 처음 단계에서 정부가 마중물 지원을 하고 민간 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 김진일 수석연구원은 “과거엔 1년짜리 단기 과제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3년 이상 중기 과제가 전체 연구 프로젝트의 60%, 장기 프로젝트도 10% 정도 된다”며 “그만큼 연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현대차와 함께 섬유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전지 연료차를 개발하고 있다.

섬유는 원사(실) 개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하기까지 통상 7~9개의 단계를 거친다. 섬유소재·원사·제직·편직·염색·가공·마케팅·유통 등이다. 그런데 단계별로 업종의 성격과 종사자들의 정체성이 너무 달라 유기적인 협업이 어렵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유니클로의 경우 이 단계들을 하나로 수직계열화시켜 비용을 크게 줄이고 고기능 소재를 균질한 품질로 판매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이로 인한 수익은 다시 소재 개발 단계의 R&D 밑거름으로 돌아온다.

 첨단 신소재 개발 못지않게 기존 기술과 산업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숭실대 김주용(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 패셔노이드 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섬유제조 기반과 첨단 기술 연구 장소가 같은 땅 안에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단계별 업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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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스마트 섬유의 경우 트렌드에 맞게 옛 기술과 신기술을 결합해 ‘기획’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정부가 일괄적으로 스마트 섬유에 필요한 모듈을 지원하면 옷·모자·신발 등 전문화된 기존 섬유기업들이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당 분야의 스마트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일명 ‘완충지원체제’ 지원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부산의 봉제공장, 대구의 섬유공장, 포천의 가내수공업들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며 “전자섬유를 미세하게 꼬는 작업 같은 것은 얼마든지 중소기업들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에 걸치는 스마트 섬유는 결국 성능만큼 부드러운 촉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 섬유산업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섬유산업 고용 인원은 약 17만 명으로 10인 이상 제조업의 약 6%를 차지한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당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피해도 예상된다. 결국 고부가 섬유로 전환하되 신구 산업을 적절하게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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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김익수 박사는 “사양산업이라고 구조조정해서 산업을 죽일 게 아니라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기존 화학섬유 산업은 고성능 신소재, 차별화 부직포로 다각화하고 제직·염색산업은 3D프린팅 등 제작 프로세스를 혁신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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