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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요동치게 한 ‘악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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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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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논설위원 겸 환경전문기자

한파와 폭설이 북반구를 휩쓸고 있다. 24일 서울은 물론 제주도의 한낮 기온도 영하권을 맴돌면서 한반도 전체가 꽁꽁 얼었다. 북미도 눈폭풍에 뒤덮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반소매 차림으로 운동하던 미국 뉴욕의 풍경이나 43년 만에 가장 높은 평균 기온을 보였던 지난해 12월 한반도의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요동치는 지구촌 날씨 뒤에는 남방진동(엘니뇨)과 북극진동(제트기류)이란 두 ‘악동(惡童)’이 있다. 지난해 12월 이상난동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상승한 엘니뇨에서 시작됐다. 덥고 습한 공기가 북상한 것이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와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더 낮아지는 라니냐 사이에서 태평양 바닷물은 출렁거린다. 수온뿐만 아니라 해수면 높이도 오르내린다. 바로 남방진동이다.

 북극 상공의 강한 제트기류, 즉 극와류(極渦流·polar vortex)가 북극 한기의 남하를 막았던 것도 12월 이상난동의 원인이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을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기압이 높고 북극 기압이 낮아 기압 차이가 벌어지면, 즉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陽數)일 때 북반구는 따뜻한 겨울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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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새해 들면서 양수이던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로 돌아섰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면서 제트기류는 약해지고 북극의 찬 공기가 쏟아져 내렸다. 더욱이 엘니뇨로 더워진 남쪽 바다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 찬 공기가 충돌, 지구촌 곳곳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남방진동·북극진동은 모두 과거부터 있었던 자연현상이다. 이들 악동은 인류가 불러온 지구온난화 탓에 ‘악한(惡漢)’으로 변하고 있다. 북극 얼음이 더 많이 녹으면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일도 잦아진다. 또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수퍼 엘니뇨’가 등장한다. 온난화와 더불어 엘니뇨의 중심구역도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 한반도에 가까워져 유사 엘니뇨, 즉 ‘엘니뇨 모도키’도 자주 발생한다. 이 경우 ‘수퍼 태풍’이 만들어져 한반도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인류가 편리함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사이 약간씩 출렁이며 균형 잡던 지구는 점점 거세게 요동친다. 요동치는 지구는 부메랑이 돼 인류를 위협한다. 요즘 날씨는 인류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경고인 셈이다.

강찬수 논설위원 겸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