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만난 사람] "중국 8억 중산층, 한국에는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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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판 트로첸부르크(Axel van Trotsenburg)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총재가 21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코리아중앙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향후 중국 경제 전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중산층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중국 경제는 전환기(transition)를 겪고 있지만 기초체력(fundamental)은 여전히 강하다. 특히 중국 중산층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다.”

트로첸부르크 세계은행 부총재가 본 동아시아 경제

새해 벽두부터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 중국이 흔들리자 세계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글로벌 시장 불안의 진앙지로 전락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이 6.9%에 그치며 25년만에 ‘바오치(保七·7%대)’ 시대가 막을 내리자 충격은 더 컸다.  중국 경제의 불안이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對)중 무역이 전체 교역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위기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국제기구인 세계은행(WB)의 악셀 판 트로첸부르크(Axel van Trotsenburg)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총재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지난 21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중앙일보·코리아중앙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중국은 현재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중심 경제로의 변화를 겪고 있다”며 “중국은 이런 변화를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로첸부르크 부총재는 “구매력이 높은 중국 중산층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트로첸부르크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 중국 경제가 흔들리며 세계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중국은 매우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 투자와 수출이 이끄는 경제에서 소비와 국내 수요가 주도하는 경제로의 구조 변화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의 이런 변화를 예상했고 변화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걸로 전망했다. 돌발상황이 아니라 예견된 일이다. 중국은 이런 변화를 관리할 능력이 있다.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강하다. 변화의 시기엔 항상 도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 중국의 변화는 한국 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중국이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기회도 나타나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중국 중산층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향후 15년안에 8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고급 가전제품과 같은 보다 수준 높은 소비재를 선호한다. 전자·자동차 산업 같은 분야에 경쟁력이 강한 한국에게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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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유가도 세계경제에 주요 리스크가 되고 있다.
“저유가로 석유 수출국가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 한국과 같은 석유 수입국가에 저유가는 이익을 주기도 한다. 원유 수입단가가 2~3년전 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과 신흥국 경제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은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변수 중 하나다. 한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미국의 통화 정책뿐 아니라 환율, 무역 정책 등 다양하다. 한국은 이미 금융위기와 같은 여러 위기에 잘 대처한 경험이 있다.”

- 대외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현재 동아시아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나.
"동아시아는 ‘가장 역동적인 지역(most dynamic region)’이다.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미얀마와 같은 나라는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물론 중국보다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 중 하나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한국이 성장률 3%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를 실패로 평가하지 않는다.”

- 한국은 현재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지만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구조개혁 방향은 무엇인가.
“아시아의 주요 트렌드는 고령화(aging)다. 노동인구 축소는 필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 생산성 강화는 장기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문제다. 은퇴인구와 여성의 경제 참여를 확대하고 이민도 늘릴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과제는 ‘혁신(innovation)’이다. 빠르게 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최첨단(cutting- edge) 기술을 가져야 한다. 경제적 역동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글=하남현 기자, 송수현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악셀 판 트로첸부르크=악셀 판 트로첸부르크(57)는 1958년생으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이중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1988년부터 세계은행에 몸담았다. 2013년 1월부터 세계은행의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총재를 맡고 있다. 이 지역 신흥국의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책임진다. 개별 국가에 대한 정책 자문 역할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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