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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시신 일부 변기에’ 태연히 재연…아빠는 살인죄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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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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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군 시신 훼손 사건 현장검증이 21일 경기도 부천의 한 빌라 등 네 곳에서 열렸다. 최군의 아버지 최모씨(왼쪽)와 어머니 한모씨는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장면을 무덤덤하게 재연했다. [사진 김경빈 기자]

경찰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의 아버지 최모(34)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22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최씨가 단순히 두 시간 동안 폭행한 게 아니라 죽이려는 의도로 극심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시신 냉장고 넣고, 친구 집 옮길때
부부 모두 표정 변화 없이 진행
주민들 “아들 죽이고 치킨을 … ”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폭행”
경찰, 오늘 최씨 검찰 송치 방침

 최군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21일 아버지 최씨가 아들이 숨지기 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폭력을 행사한 것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두 시간에 걸쳐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추가 조사 결과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사망 시점도 당초 2012년 11월 8일 오후 5~6시쯤보다 앞설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최씨는 “아들이 컴퓨터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일어나 보니 옆에 누워 있던 아들이 축 늘어져 있어 확인해 보니 숨져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연락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최씨가 만 7세인 아들에게 두 시간에 걸쳐 심한 폭행을 한 만큼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경찰로 이뤄진 법률자문위원단의 조언을 받은 만큼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3년 10월 발생한 ‘울산 계모’ 사건에서도 의붓딸(8)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박모(42)씨에게 아동학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살인죄가 적용됐다.

1심은 박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박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한 바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최군 시신 훼손 사건의 현장검증을 4곳에서 진행했다. 현장검증은 어머니 한모(34)씨가 아들의 시신 일부를 유기한 부천시 원미구 시민운동장 야외 여자공중화장실에서 시작됐다.

한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아들의 시신 일부를 여자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는 모습을 차분하게 재연했다.

 아버지 최씨가 아들을 폭행하고 시신을 훼손한 원미구의 빌라에서는 1시간30분 가까이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최씨와 한씨는 아무 말도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재연했다. 아들이 사망하자 최씨는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

한씨도 남편에게 장갑을 가져다주고 훼손한 시신을 담을 수 있도록 쓰레기봉투를 잡아줬다. 시신 훼손에 앞서 치킨을 시켜 먹는 엽기적인 행각도 했다.

한씨는 당시 남편이 “시신을 버리라”고 말하자 아들의 시신이 담긴 비닐봉투를 10분 거리에 있는 부천시민회관 화장실로 가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30대 주민은 현장을 보면서 “자식 시신을 옆에 두고 치킨이 목에 넘어갈까”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부부의 현 거주지인 인천시 부평구 빌라에서 최씨는 냉장고에 아들의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최씨가 아들 시신이 담긴 가방 2개를 맡겼던 친구 집(인천시 계양구)에서도 현장검증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둘 다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진술한 순서에 따라 범행을 재연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아들에 대한 미안함 대신 “남은 딸(10)은 어떻게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추가 투입한 결과 최씨에게 분노충동 조절장애 증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최군을 아내를 대신해 돌보며 스트레스를 받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던 한씨는 범행이 들통나면 남편을 잃을까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도운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초부터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최씨는 “경찰에 잡히면 (내가) 군대로 끌려간다”며 아내를 협박했다. 경찰은 병역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5년인 만큼 현재는 최씨가 기소중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미취학 아동을 그대로 두거나 장기결석 학생을 방치하는 교육적 방임도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아동복지법을 엄격히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을 투입해 장기결석 중인 아동 84명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부천=최모란 기자, 박민제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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