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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한국 프로야구 원년 구원왕 황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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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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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원년 멤버로 구원왕을 차지했던 황규봉(사진) 전 삼성 투수코치가 지난 18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삼성서 활약…암 투병하다 별세

63세. 대장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난 황 전 코치는 20일 고향인 경북 성주의 선산에 잠들었다. 지난해 11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불과 2개월 만에 눈을 감았다.

황 전 코치는 고교 야구의 인기가 절정이던 1970년대 초 1년 선배 남우식(64), 동기 이선희(61) 등과 함께 경북고의 주축 투수로 나서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특히 그가 고교를 다녔던 70년부터 72년까지 3년간 경북고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 주최)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3학년이던 72년에는 에이스로 나서 팀의 대통령배 3연패(連覇)를 이끌었다.

 73년 고려대에 진학, 그해 4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러나 대회 기간 사용했던 호텔이 전소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불길을 피해 2층에서 뛰어내리다 허리를 다쳐 3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대학 졸업 후 실업야구 한국화장품에 입단해 뛴 그는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자 삼성에 입단했다. 첫 해 15승 11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해 OB(현 두산) 박철순(24승)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랐고, 초대 구원왕(19세이브포인트)도 차지했다.

84년(10승)과 85년(14승)에도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34세이던 86년 3승 5패·3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프로 통산 154경기, 48승 29패 24세이브, 방어율 3.08의 성적을 남긴 그는 은퇴 후 87년부터 89년까지 삼성에서 코치를 지낸 뒤 야구계를 떠났다. 야구인들과 교류가 없었던 탓에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도 황 전 코치의 별세 소식을 발인 직전에야 들었다고 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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