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청년의 죽음, 5년 전 재스민혁명 재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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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20대 후반의 실업자가 사망하면서 분노한 청년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튀니지에서는 5년 전 청년 실직자의 분신 자살이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이어지며 '재스민혁명'을 촉발한 바 있어 정부는 이번 사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카세린 지방 정부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구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리다 야하오우이는 명단에서 이름이 제외됐다. 그는 노동자 권익 단체에 참여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름이 삭제됐다고 주장하며 고압선 송전탑 위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다 16일 송전탑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의 사망 소식에 청년들은 분노했다. 그가 살던 카세린을 비롯해 중부 도시 탈라 등에서 1000명 이상의 청년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 자유 그리고 존엄"을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다. 부상자가 속출하자 카세린에서는 19일 통행 금지를 선포했다. 카세린 거주민인 하템 살리는 20일 로이터통신에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쫓아가며 최루탄을 쐈다"고 말했다.

튀니지 내무부는 이번 소요사태로 시위대 20명과 경찰관 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여론이 들끓자 하비브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문제의 명단에 대해 조사하겠다"면서 카세린 주 대표를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청년 시위의 이면에는 높은 실업률이 있었다. 카세린은 튀니지에서도 손꼽히는 빈곤 도시로 실업률이 30%가 넘는다. 북아프리카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15.3%로 2010년(12%)보다 올랐다. 튀니지 대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실업자의 3분의 1은 대학 졸업자라고 보도했다. 지난 1일 튀니지 노동부에서 '포르사티(나의 기회)'라는 온라인 구직사이트를 연 지 2주만에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번 시위는 5년 전 튀니지에서 촉발된 민중봉기인 재스민 혁명을 연상케 한다. 당시에도 한 실직청년의 분신 자살이 기폭제가 돼 시위가 벌어졌고 독재자 벤 알리를 축출하는 민중봉기로 확대됐다. 재스민 혁명은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의 계기가 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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