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재인 “새누리 총선 과반 얻으면 무한책임 지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사 이미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통합의 물꼬를 틔우기 위해 내가 비켜서는 게 필요하다”며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오늘 사퇴 의지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탈당을 고심하는 의원들에게 답이 됐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 답이다.

“선대위 안정되는 대로 대표 사퇴
안철수 신당과 통합할 수 있어”
국민회의·정의당과 연대도 제안
천정배 “필요하면 공개 논의 참여”

제1야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는 고별 기자회견이 됐다. 문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하고 백의종군하겠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선대위는 총선 시기 당의 지도부로, 총선의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했다.

 문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 동안 추미애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문 대표의 ‘호위무사’로 불리던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회견장 통로에 서서 회견을 지켜봤다.

문 대표는 회견 후 의원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온 이종걸 원내대표는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어 문 대표는 말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20일께 선대위를 구성한 이후 문 대표는 대표직과 인재영입위원장직을 함께 내려놓을 계획이다. 말 그대로 백의종군이다. 더민주의 간판은 김 위원장으로 바뀐다. 선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는 형태다.

 문 대표는 사퇴 명분으로 ‘야권 통합’을 들었다. 그는 “흔들기 속에도 혁신을 이뤘고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다. 인재 영입을 통한 변화의 물결도 시작됐다”며 “못한 것이 통합인데 물꼬를 틔우기 위해 내가 비켜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정의당과의 비공식 (통합) 협의를 공개적이고 공식적 논의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노선이 비슷한 천 의원과는 통합을, 진보 성향이 강조된 정의당과는 선거연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4월 총선에 정치생명도 걸었다. “어느 정도면 총선 승리인가”란 질문에 “새누리당의 과반수(의석 확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백의종군을 하더라도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이 과반수인 151석 이상을 차지하면 정치를 그만둘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그는 “지난 3년간 국민은 고통으로 내몰렸지만 대통령은 언제나 ‘부재중’이었다”며 “대통령은 경제 실패와 민생 파탄에 대한 반성도 없이 ‘남 탓’과 국회 겁박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 파기에서 비롯됐다”며 “총선에서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감 위원장을 모셔왔다”고 했다. 다음은 문답.

 -백의종군하면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나.

 “불출마 생각엔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총선 승리를 돕겠다.”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한 대책은.

 “호남 민심 이반은 참으로 송구하다.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그러나 호남과 야권 지지층이 바라는 것은 새롭고 이기는 정당이 돼 달라는 것이다. 광주에선 시민의 뜻을 받들 수 있는 공천 절차도 모색하겠다.”

 -야권 통합 구상은.

 “범야권이 통합되고 연대한 힘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는 김 위원장도 이견이 없다.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의당과도 통합 또는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회견에 대해 안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의 영입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회의 천 의원은 “연대와 통합의 원칙은 예전부터 강조해 왔다. 국민의당까지 포함해 공개된 논의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야권 연대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글=강태화·안효성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