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경제 장관 12명 계좌 조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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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월 초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그의 재임 시절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을 지낸 인사 13명이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신년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검찰이 내 금융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은행의 통보를 뒤늦게 받고 황당했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곳곳에서 “나도 그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다 따져보니 참석자 13명 중 MB를 제외한 12명이 모두 검찰의 계좌 조회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입출금 내역 등 조사
친이계 “MB기념재단 노린 듯”
검찰 “계좌 조회 사실 아니다”

 최근 MB 주변에선 이들 12명 이외에도 “검찰이 내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털어놓는 인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전직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차관급) 등 고위직이지만 청와대에서 MB를 실무적으로 보좌했던 행정관 출신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지난해 5~6월께 서울중앙지검이 계좌를 조회했고 ▶조회한 내용은 2013~2015년 입출금 내역 등이다. 검찰의 통보유예 요청으로 이들은 대부분 지난해 12월 초를 전후해서야 은행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

 금융계좌 조회를 받은 이들의 반응은 일단 조심스러웠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검찰이 뭔가 알아볼 게 있으니 봤을 것”이라며 “그 이후로 따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만 했다.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계좌 조회를 받은 것은 맞지만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전·현 정부 사이에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문제라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MB계 내부적으론 “검찰이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 “포스코 수사에서 MB 정부와의 고리를 찾고 있다” 등 추측이 무성하다. 이명박재단은 지난해 4월 출범했고 포스코 수사는 지난해 3월 시작됐다. 모두 MB 정부 출신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계좌 조회 직전에 발생한 일들이다.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지난해 5∼6월께 검찰이 전 정부의 장차관 및 수석비서관급 인사에 대해 무더기로 계좌 조회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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