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고위급 수십 명 “계좌 조회했다” 통보 받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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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1 면

이명박(MB) 정부에서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고위급 인사 수십 명이 지난해 검찰로부터 금융계좌 조회를 받았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16일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좌 조회는 지난해 5~6월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지난 연말 해당 금융기관이 당사자들에게 ‘금융거래 정보 등의 제공 사실 통보서’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MB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지난해 12월 초 비슷한 시기에 은행으로부터 ‘정보 제공 통보서’를 받은 사실이 송년회에서 확인됐다”며 “그동안 자기 혼자만 계좌 조회를 당한 줄 알고 전전긍긍했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 장관 등 경제부처의 전 장관·수석들이 참석한 한 송년회에선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 참석자 전원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정보 제공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전 정부 인사들의 금융계좌에 대해 무더기 계좌 조회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중앙SUNDAY 취재 결과 금융계좌에 대한 정보 조회는 ▶검찰의 요청에 의해 ▶지난해 5월 말~6월 초께 이뤄졌으며 ▶2013년 말~2015년 초의 입출금 내역과 인적 사항 등이 조회 내용에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해당 금융기관에 “공정한 사법 절차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6개월간의 통보 유예기간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사자들에게 지난해 12월 초에야 개별 통보가 이뤄진 것도 검찰의 유예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어떤 용도로 무더기 계좌 조회를 벌였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통보서를 받은 몇몇 당사자가 검찰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는데 ‘수사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거나 ‘별일 아니니 걱정 마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선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에 출연했던 인사 대부분이 금융계좌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미뤄 볼 때 이명박재단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이명박재단은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기업인 모금 방식 대신 MB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내 출범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검찰의 계좌 조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의에 “더 알아볼 게 많기 때문에 현재로선 언급할 것이 없다”며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도 “MB측 인사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해 대규모 계좌 조회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승욱·이철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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