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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금광 한국 … 장벽 높아 활용도는 선진국의 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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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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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빅데이터 금광이다. 그러나 활용 수준은 선진국의 30%에 불과하다”

한국에 지사 낸 실리콘밸리 빅데이터 고수 요시카와 히로
한국엔 양질의 데이터 넘치는데
가격부담에 중소기업들 이용 꺼려
자료 해석 인재 양성도 급한 과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서비스 기업 ‘트레저데이터’ 요시카와 히로(사진) 최고경영자(CEO)는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빅데이터 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환경을 갖춘데다가, 동네 슈퍼와 식당에까지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깔려있어 그 어느 나라보다 질 높은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산업화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에는 크게 뒤쳐져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투자 회사에서 벤처 캐피탈을 담당하던 그는 빅데이터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2011년 회사를 설립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던 빅데이터 분석을 일반 기업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설립 직후부터 주목을 받았다.

유럽 최대의 모바일 광고 회사인 모브폭스 등 전세계 130여개의 기업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4년 미국 가트너의 빅데이터 부문 ‘쿨벤더’상을 수상했다. 야후의 공동설립자 제리 양, 프로그래밍 언어 ‘루비’ 개발자인 마츠코토 유키히로 등이 트레저데이터의 주요 주주다.

 그는 한국이 빅데이터 활용에서 뒤처진 원인에 대해 우선 진입장벽을 이유로 들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분석 툴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중소기업·영세업체 등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람에 대한 투자 부족이다.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시스템 구축에는 적극적이지만 데이터를 분석해 해석을 도출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는 소홀했다는 의미다. 요시카와 CEO는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보안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민감한 사회 분위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이 빅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본적으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진데다, 엔지니어들의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빅데이터가 대중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트레저데이터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한국에 해외 지사를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요시카와 는 빅데이터를 여러 영역에 묻혀 있는 데이터를 IT라는 도구로 캐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금광 어딘가에서 금맥을 찾아내 금을 캐내는 작업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실제 빅데이터 시대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비정형의 상태로 쏟아진다. 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발견하거나 예측·분석에 활용해 각종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경영에 있어서 빅데이터의 본질은 이를 활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라며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문제점·비효율성을 파악하고, 생산적·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로 활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넷플릭스를 BI의 예로 들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과거 선택한 영화 목록을 바탕으로 선호하는 배우·장르·스토리 뿐 아니라 날씨·요일에 따라 어떤 영화를 많이 보는지 등을 분석해 콘텐트를 추천한다. 사용자가 추천받은 콘텐트를 시청하는 비율은 75%에 이른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해 크게 히트한 ‘하우스 오브 카드’도 사용자들의 선호 제작진·배우를 감안해 만든 빅데이터의 산물이다.

 요시카와 CEO는 “과거에는 CEO가 자기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에 의존해 경영 판단을 했지만, 이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이라며 “20년전 등장한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이젠 빅데이터가 산업 구조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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