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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광고 제친 환경부 광고 도대체 어떻기에

중앙일보

입력

어느 가정집 거실에서 로봇청소기가 맹렬히 작동 중이다. 바닥엔 떨어진 두루마리휴지가 그 앞에 하릴없이 서있다. 로봇청소기는 당장이라도 휴지를 빨아들일 기세다. 탁자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우유팩이 몸을 날린다. 우유팩은 휴지가 다치기 직전 로봇청소기를 막아선다. 청소기는 우유팩과 휴지를 벽까지 밀치고나서야 진로를 바꾼다. 위기를 벗어난 휴지가 우우팩에게 묻는다. "Who are you?"(누구신지요?)

환경부 자원순환 캠페인 광고, 서울영상광고제 그랑프리 수상
위기에 처한 두루마리휴지 구해낸 우우팩 "내가 네 아비다"

이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공익광고가 14일 '2015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를 받았다. 환경부가 1억8000만원을 들여 만든 자원순환 캠페인 영상광고다. 현대그룹 계열의 광고기획사인 이노션이 기획하고 플랜잇프러덕션이 제작했다.

서울영상광고제는 올해로 13회째로 지난해 제작된 광고 4568편이 출품됐다. 올해는 광고인 1만5000명, 네티즌 67만명의 평가와 전문심사위원단 36명의 심사 점수를 합산해 수상작 23편을 선정했다. 정부 부처 공익광고가 상업광고를 제치고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이 대회가 생긴 후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의 이 광고는 지난해 8월 유튜브에 등록된 뒤 조회자가 24만명을 넘었다. 해외에도 알려져 일본 후지TV에도 소개됐다. 모두 네 편의 에피소드인데 두루마리휴지, 자동차, 플라스틱 오리, 남성마네킨이 각각 등장한다. 모두를 합한 분량은 약 3분30초다.

에피소드는 한결같이 위기 상황으로 시작된다. 개가 와서 오줌을 싸고(자동차), 물 위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숨을 못 쉬는가 하면(플라스틱 오리), 맨몸을 가린 천이 흘러내려 중요 부위가 노출된다(남성마네킨). 이 상황을 지켜보던 우유팩 등이 홀연히 나타나 해결사가 돼주는 방식이다.

위기를 벗어난 휴지가 "누구시냐"고 묻자 우유팩은 대답한다. "I am your father"(내가 네 아비다). 영화 스타워즈의 유명한 대사를 차용한 것이다. 휴지는 우유팩의 재활용품임을 담아낸 표현이다. 이 광고는 "재활용을 쉽고도 재미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는 네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종합편 외에도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 광고제에 출품했다. 종합편이 전체 부문을 통털어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받은 것과 별개로 자동차편과, 두루마리휴지편이 TV 부문에서 1,2위 상인 금상·은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환경부의 이 광고는 지난해 11월 서울영상광고제와 함께 국내 3대 광고제에 속하는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도 영상 부문 대상을 받았다. 환경부 박천규 대변인은 "자원순환의 의미를 반전으로 풀어내 호응이 높은 것 같다. 올해도 창의적인 캠페인으로 환경에 대한 국민공감대를 넗히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플라스틱 오리, 남성마네킨을 구해낸 아버지들은 누구일까. 아직 광고를 못본 분들은 동영상을 클릭해 보시라.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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