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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7000억 국책사업에 담당 공무원 넷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12일 새로운 부패척결 추진 방식을 내놓은 것은 현재 방식에선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부패 예방이 어려워 사후에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이미 초래된 예산 낭비를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대규모 국책사업에 실시간 부패예방팀 도입
계획·입찰·실시설계·시공 등 모든 단계 검증하기로

정부는 이럴 가능성이 큰 사업 중 하나로 국가재난통신망 사업을 들었다.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재난기관 전용 무선통신망을 2017년까지 구축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통신망 구축비 9000억원, 10년 간 운영비 8000억원 등 총사업비 1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사업에 쓰이게 될 초고속 광대역 재난안전 무선통신망(PS-LTE)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향후 소요 예산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독일에서도 재난망사업 예산을 2조원으로 예상했다가 최종 사업비가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전례가 있다고 정부는 소개했다.

이동통신 3사, 국내·외 장비업체, 국내 중소납품업체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사업자나 납품업체로 선정되면 통신망 운영센터 설치, 네트워크 구축, 기지국 설치, 단말기 도입 등에 참여하게 된다. 모바일 사업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국내 통신산업 사업자나 장비·납품업체들인 이 사업을 새로운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독과적 성격이 강한 현재의 통신시장 구조에선 이 사업의 추진 중에 입찰·납품 비리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통신사가 입찰 과정에서 사업지역·가격을 담합하거나 심사위원에게 로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업자 간에, 혹은 통신사와 납품업체 간에도 리베이트가 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예산 책정이나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개입할 여지도 있다. 이렇게 되면 리베이트가 사업원가에 반영돼 국가재정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최소 1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지만이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네 명뿐이다.

국민안전처 내의 이 사업 기획단은 국민안전처 과장 한 명, 경찰 1명, 미래부 2명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실효성 있는 예산 집행과 감독이 곤란한 구조다.

정부는 재난안전망 사업의 추진 과정 전반에서 '실시간 부패 감시'를 하는 합동검증팀을 도입하기로 했다.

합동검증팀은 법무부 소속 검사를 팀장으로 하며 감사원·기재부·미래부·국민안전처 소속의 공무원들로 꾸리게 된다.

법무부는 수사, 감사원은 감사, 기재부는 예산, 미래부는 통신, 안전처는 사업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실시설계·입찰·시공 등 사업추진 전 단계를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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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가재난망 사업뿐 아니라 5조1000억원 드는 평창동계올림픽사업(사업비 5조1000억원)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역시 검사가 팀장을 맡는 합동검증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국가재난망사업과 평창동계올림픽사업은 국무조정실 국책관리사업팀이 이중으로 검증 작업을 해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예산낭비 요인 사전에 제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국책사업관리팀은 합동검증팀으로부터 검증결과를 실시간으로 제출받아 그 타당성을 재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동안에도 이 정도 규모의 국책 사업은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그리고 해당 부처의 감사팀이 사전 및 사후 점검을 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오균 국무1차장은 "기재부의 예산심사는 예산 규모에 중점을 뒀고, 해당 부처의 일상 감사는 모든 부서 업무를 포괄하다 보니 국책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감사가 곤란했다. 감사원 감사도 선별적으로 사후에 이뤄지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 차장은 "이들 두 사업은 합동검증팀과 국책사업관리팀이 이중으로 사업 전반에 대해 전(全) 주기적인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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