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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환자의 손발통증, 치료제 용량 조절로 적극 관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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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혈액암센터 엄현석 교수

김씨(66, 남)는 2014년 말 다발골수종 2기 판정을 받았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병명인데다 혈액암이며 콩팥 기능도 나빠져있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섰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설명을 듣고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첫 번째 치료 후 폐렴 합병증과 손끝이 저리고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 본원을 찾은 김씨는 동일한 치료제로 치료하되 투약 용량 과 투약 주기를 조절하고, 손발 통증 부작용에 효과적인 보조 치료제를 함께 투여했다. 그로부터 약 1년간 김씨는 콩팥 기능이 유지되면서 손발 저림 부작용으로 인한 어려움 없이 현재까지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고령에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6천 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희귀혈액암이다. 최근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조혈모세포이식술이 발전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7년 이상으로 길어지는 등 장기 생존이 가능한 암이 됐다.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를 요한다. 최근에는 말초신경관련 부작용이 적은 약제들이 출시되고 있느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주요 치료제들은 손발 저림이나 통증, 화끈거림과 같은 말초신경과 관련된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러한 손끝 또는 발끝에 나타나는 통증은 보통 항암 치료 시작 2~3개월 내에 많이 발생하고, 증상의 강도도 점점 심해진다. 이러한 말초 신경 관련 부작용은 방치하면 그 증상이 점점 악화돼 단추를 채우거나 걷기가 힘들어져 많은 환자들이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말초신경 관련 부작용은 앞서 김씨의 경우처럼 약제 용량과 스케줄 조절, 보조 치료제 투약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이전의 상태로까지 회복이 가능하다. 또한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치료제의 효과가 낮아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항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계속해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실제 임상연구 결과, 말초신경에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들이 오히려 항암제에 더 높은 반응을 나타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도 부작용을 관리하며 항암 치료를 유지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한 환자 보다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이 높았다.

다발골수종 치료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치료제의 용량 및 주기 조절과 통증 관리에 효과적인 보조적 치료제를 병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 과정 중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치료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투약 기간을 주단위로 조절하는 등의 방법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혈관으로 직접 주입되는 주사제로 치료하고 있는 경우 피하주사제로 제형을 바꿔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의 부작용 관리의 핵심은,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기적으로 증상을 체크할 수 있도록 부작용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부작용 일지에 증상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에 간단히 점수를 매기고 주기적으로 기록해나감으로써, 치료 초기부터 부작용에 대해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의료진에게도 환자가 느끼는 부작용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부작용 관리에 도움이 된다.

2000년대 초반 표적치료제가 개발 이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생존하는 사례가 늘어날 정도로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기대수명은 크게 증가했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생존 기간이 길어진 만큼 오랜 시간 치료를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부작용 관리는 환자들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와 더불어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열쇠로,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다발골수종 환자와 의료진간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소통이 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오는 해답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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