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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달리보면 한국 경제 기회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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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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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요즘 경제뉴스는 우울한 게 많다. 미국만 경기 회복 기미를 보일 뿐 세계 경제는 침체를 겪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던 한국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걱정한다. 국내 경기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취업절벽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로 인해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일본이 경험한 고령화, 경기침체 등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 경제의 향후 전망은 일본의 지난 20년과 같이 정말 어두울까? 충분히 고민해 볼 주제다. 하지만 한국은 20년 전 일본에 비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20년 전 일본이 하지 못한 것을 잘 연구하면 된다.

 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낙관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일본에 비해선 한국이 훨씬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본과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전혀 다른 국민성과 문화를 갖고 있다. 일본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못하는 문화가 한국보다 심하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국민성은 일본의 오래된 고질병이다. 젊은이들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창업정신이 미약하다. 편안하게 안주하는 걸 선호한다. 젊은이들의 도전정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현재 일본에선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혁신적인 기업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일본이 앞으로도 비관적인 이유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산업 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다. 잉여생산시설을 갖춘 기업들은 매출 감소를 경험할 것이다. 사람들은 규모가 큰 주택보다 작은 공간을 선호할 것이다. 소유하기보다 공유하는 경제가 활성화될 걸로 보인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나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시간제 차량 렌트회사인 집카 등의 등장은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인터넷의 힘을 빌려 기존의 불합리하거나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베이나 페이팔 등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기업이다.

 세계경제는 과거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했지만 앞으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는 사업을 하면서 꼭 공장을 지을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전세계에 있는 잉여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유리할지 모른다.

 과거의 관점에서만 보면 한국의 경제전망은 과거 일본의 사례처럼 우울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국엔 엄청난 기회가 널려있다. 한국을 과거가 아닌 미래의 잣대로 봐야 한다. 일본이 갖지 않은 한국의 장점을 살리고 일본이 했던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 된다.

 가장 시급한 건 노동과 자본의 유연성이다. 금융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해 자본과 노동이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부가가치 높은 기업이 새로 생기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돈이 여기에 투자돼야 한다. 개인도 이들 기업에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와 감소 우려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감한 이민정책으로 외국인 노동력을 이용해야 한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물론 병행해야 한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도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 원동력이다. 다만 높은 교육열을 낭비하지 않고 온전히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써야 한다.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는 교육은 나라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 똑똑한 젊은 사람들이 평범하고 편안한 삶보다 창업을 해 큰 부를 일구는 꿈을 꾸도록 교육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앞으로 세계적 혁신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취직만을 목표로 삼는 고정된 생각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취직 못 하는 것이 인생의 끝이 아니란 걸 깨달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 젊은 사람들이 창업해서 성공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본다. 이것이 한국의 희망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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