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는 두 회사, 주가는 반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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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구가 될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주가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나온 지난해 12월 21일 1만8550원이던 주가가 7일엔 14.28% 오른 2만1200원이 됐다. 반면 대우증권은 같은 기간 1만1000원이던 주가가 8360원으로 24% 하락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지난달 24일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0여일 새 미래에셋증권 14% 상승
대우증권 주가는 24%나 하락
든든한 지원군 산업은행 품 떠난 탓

 두 회사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인 건 왜 그럴까. 시장에선 미래에셋증권이 ‘규모의 경제’라는 이점을 누릴 걸로 예상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자기자본만 8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1위의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자산관리·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 부문 1위인 대우증권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박현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7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증권 인수 이후 비전을 설명했다.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큰 변화가 없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이날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우증권으로선 든든한 지원군이던 산업은행의 품을 떠나는 게 하락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말 대우증권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모기업인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같은 이유로 7일 대우증권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등 기관들의 움직임도 주효했다. 기관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7일까지 대우증권 주식을 21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비율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비율은 두 회사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선 지분율을 높이려면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오르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현주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증권사 지분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비율을 1대 0.52 정도로 추산했다. 이에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은 5일 “미래에셋증권이 산업은행에 약속한 인수가인 주당 1만7000원에 소액주주가 가진 대우증권 주식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잘 마무리돼도 대우증권이 본연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을 막고 경영진이 구체적 비전을 내놔야 합병회사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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