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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변주곡' 울려퍼진 인사동 거리…"소녀상 이전 반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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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주위에 한일 위안부 협상에 반대하는 `평화나비` 회원들이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김성룡 기자]

 
‘플루트 기부 천사’로 알려진 변미솔(15) 양이 3일 서울 인사동에서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반대하는 거리 공연을 펼쳤다. 이날 오후 1시 20분쯤 변 양의 플루트 연주가 시작되자 인사동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춘 채 소녀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거리공연의 첫 곡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렛잇고(Let it go)’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잠시 뒤 구슬픈 가락의 ‘아리랑 변주곡’이 울려퍼질 땐 모두가 숨죽여 공연을 감상했다. 플루트 연주를 듣던 시민들은 ‘모금액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보고 성금을 내기 시작했다.

변양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2년 대구시 동인동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처음으로 자선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160여 차례의 거리 공연을 통해 월드비전과 유니세프 등에 후원금을 전달해 왔다. TV를 통해 아프리카 최빈국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굶주리는 모습을 보고 후원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다고 한다.

변 양은 2013년 10월 대구 거리공연 당시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용수(89) 할머니와의 만남을 가장 뿌듯했던 경험으로 꼽았다. 이 할머니는 공연이 끝난 후 변양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공연은 처음 본다”며 “소외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예쁘게 자라나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변 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거리 공연에 대해 “어떻게든 할머니들을 돕고 싶은데 내가 최선을 다해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플루트 연주였다”며 “오랫동안 상처받으신 할머니들이 이 연주를 통해 잠시라도 웃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모인 성금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통해 전액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손영미 정대협 쉼터 소장은 “변미솔 양은 그간 거리공연을 통해 400여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해왔다”며 “어린 나이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애써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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