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친구들은 혹시 ‘전기영동장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전기영동장치는 범죄과학수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살인·강도 등 범죄 현장에서 핏자국, 즉 혈흔은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전기영동장치는 혈액 안의 DNA를 뽑아 그 유전정보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장치랍니다.
전기영동장치 실험
예전에 이와 관련한 과학탐구보고서를 쓴 적이 있었는데요, 그 내용을 소중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 과학선생님께 장비를 부탁해 새롭게 실험했답니다.
전기영동장치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실험을 통해 같이 알아보기로 해요.
자석에는 서로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힘 ‘인력’, 그리고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합니다. 전기장도 인력과 척력을 가지고 있죠. 전기영동장치에서 물질들은 ‘아가로스 겔(해초 추출물을 용액에 녹여 만든 젤)’이란 매질을 타고 인력과 척력에 따라 음(-)전하를 띠는 분자는 +극 쪽으로, 양(+)전하를 띤 분자는 -극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DNA는 음(-)전하를 띠는 물질이므로 +극 쪽으로 움직이겠죠. 전기영동장치는 단백질이나 DNA 같은 고분자 물질을 전기장을 띤 매질 안에서 이동시켜 분리하지요.
그럼 어떻게 전기영동장치로 사람의 DNA를 식별할까요? DNA는 뉴클레오티드라는 물질이 길게 이어진 사슬 구조를 띱니다. DNA에 사슬을 자르는 효소를 첨가하면 한 가닥의 사슬이 몇 개의 짧은 사슬들로 분리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긴 사슬은 큰 질량을, 짧은 사슬은 작은 질량을 가지겠죠. 전기영동장치로 DNA를 분석할 때는 바로 이 질량 차이를 이용합니다. 질량이 클수록 +극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리고, 질량이 작을수록 빠르거든요. 사람마다 DNA 사슬 구조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슬을 자르는 효소 역시 각 DNA의 서로 다른 부분을 자를 것이고, 전기영동장치에 전기를 흘렸을 때 사슬들의 움직임도 사람마다 다르겠죠. 이 차이로 DNA를 식별하는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실험에선 DNA를 재료로 구할 수 없어, 색깔 용액을 활용해 각 용액들이 어떤 전하를 띠는지 살펴봤습니다.
간이 전기영동장치 실험
전기영동장치는 구매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쉽게 실험해 볼 수 있는 간이 전기영동장치를 만들어 볼게요.
준비물 용액 아세트올세인, 아세트산카민, 수단Ⅲ, 아이오딘·아이오딘화칼륨용액, BTB용액, 메틸렌블루, 아가로스 겔 아가로스 분말, TAE버퍼용액, 약포지, 전자저울, 전자레인지, 250㎖ 삼각 플라스크, 전기영동장치 겔 트레이, 탄소봉, 빗판, 전기영동 틀, 전지 6개, 집게전선 2개, 간이 마이크로피펫 실리콘호스, 주사기, 10㎖ 피펫
아가로스 겔 제조
① 아가로스 분말 1g과 TAE버퍼용액 125㎖을 삼각 플라스크에 넣고 잘 흔들어줍니다.
② 전자레인지에 넣고 내용물이 끓을 때까지 돌려줍니다.
③ 겔 트레이의 뚫려있는 양옆을 테이프로 막습니다.
④ 겔 트레이에 1번 과정에서 만든 용액을 붓고, 가운데에 빗판을 꽂아준 후 용액이 굳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용액이 다 굳으면 양옆에 붙인 테이프를 뜯습니다.
간이 마이크로피펫 만들기
마이크로피펫은 원하는 양만큼 용액의 양을 조절해 다른 곳에 투입하는 실험도구로, 매우 비싸 전문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죠. 대신 간이 마이크로피펫을 만듭니다. 주사기와 실리콘호스, 10㎖ 피펫을 차례대로 이어주면 완성돼요.
아가로스 겔에 용액 투입
겔 트레이의 빗판을 뽑고 실리콘호스를 눌러, 빗판을 빼면서 생긴 홈으로 간이 마이크로피펫을 이용해 용액을 옮겨줍니다(왼쪽부터 아세트올세인, 아세트산카민, 수단Ⅲ, 아이오딘-아이오딘화칼륨용액, BTB용액, 메틸렌블루).
전기영동장치 설치
① 겔 트레이를 전기영동장치 틀 중앙에 넣은 후, 전지를 직렬로 연결하고 집게전선을 이용해 전기영동장치 틀의 탄소봉에 연결합니다.
② 전기영동장치 틀에 겔이 잠길 때까지 TAE버퍼용액을 붓습니다. TAE버퍼용액은 DNA를 보호하고 전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설치하고 기다리면 결과가 나옵니다. 사진의 검은색 기둥 모양은 탄소봉입니다. 직렬연결한 전지의 +극이 왼쪽, -극이 오른쪽에 해당하며, 겔 트레이에 있는 용액들이 +극이라면 -극인 오른쪽으로, -극이라면 +극인 왼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실험결과
가운데의 직사각형 흔적은 아까 용액이 담겨있던 홈이랍니다. 그 홈에서 용액이 왼쪽으로 움직였다면 +극 쪽으로 이동한 것이니 음전하인 것이고, 오른쪽에 있다면 -극 쪽으로 이동한 것이므로 양전하입니다.
아세트올세인의 경우, 흐릿하긴 하지만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므로 +전하겠죠. 아세트올세인은 핵과 염색체를 염색하는 것이 가능한데, 서로 다른 전하를 염색하게 되므로 +전하인 아세트올세인이 염색시킬 수 있는 물질은 -전하입니다.
아세트산카민의 경우, 주황색과 분홍색으로 나뉘었네요. 주황색은 왼쪽, 분홍색은 오른쪽으로 이동해 각각 -전하, +전하입니다. 주황색은 아세트산을 뜻하며, 분홍색은 카민을 뜻합니다.
수단Ⅲ의 경우, 움직임이 없으므로 양도 음도 아닌 중성 전하입니다.
아이오딘-아이오딘화칼륨용액은 육안으로 판별이 불가능했습니다. 아이오딘과 칼륨으로 구성된 용액인데, 아이오딘이 +전하이므로 -극 쪽으로 갔을 것이고 칼륨은 -전하이므로 +극 쪽으로 갔을 것입니다.
BTB용액은 왼쪽으로 이동했으니 -전하입니다. 아가로스 겔에서는 용액이 가벼울 때 많이 움직일 수 있는데, 이동량을 보면 가볍다고 추측할 수 있겠죠.
메틸렌블루의 경우 오른쪽으로 이동했으므로, +전하임을 알 수 있어요.
활용 및 전망
이번 용액 재료들은 염색 및 산성, 염기성 구분, 지방 검출 등의 분야에서 이미 활용 중입니다. 전기영동장치는 범죄수사에도 사용되죠. 기술이 좀 더 발달하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레이저와 같은 선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사진=이효원(서울 구암중 1) 독자, 정리=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실험 도움=이솔희 구암중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