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리포트] +극이냐 -극이냐…이동 방향·속도 따라 DNA 식별도 해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이효원(서울 구암중 1) 독자

소중 친구들은 혹시 ‘전기영동장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전기영동장치는 범죄과학수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살인·강도 등 범죄 현장에서 핏자국, 즉 혈흔은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전기영동장치는 혈액 안의 DNA를 뽑아 그 유전정보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장치랍니다.

전기영동장치 실험

예전에 이와 관련한 과학탐구보고서를 쓴 적이 있었는데요, 그 내용을 소중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 과학선생님께 장비를 부탁해 새롭게 실험했답니다.

전기영동장치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실험을 통해 같이 알아보기로 해요.

자석에는 서로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힘 ‘인력’, 그리고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합니다. 전기장도 인력과 척력을 가지고 있죠. 전기영동장치에서 물질들은 ‘아가로스 겔(해초 추출물을 용액에 녹여 만든 젤)’이란 매질을 타고 인력과 척력에 따라 음(-)전하를 띠는 분자는 +극 쪽으로, 양(+)전하를 띤 분자는 -극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DNA는 음(-)전하를 띠는 물질이므로 +극 쪽으로 움직이겠죠. 전기영동장치는 단백질이나 DNA 같은 고분자 물질을 전기장을 띤 매질 안에서 이동시켜 분리하지요.

그럼 어떻게 전기영동장치로 사람의 DNA를 식별할까요? DNA는 뉴클레오티드라는 물질이 길게 이어진 사슬 구조를 띱니다. DNA에 사슬을 자르는 효소를 첨가하면 한 가닥의 사슬이 몇 개의 짧은 사슬들로 분리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긴 사슬은 큰 질량을, 짧은 사슬은 작은 질량을 가지겠죠. 전기영동장치로 DNA를 분석할 때는 바로 이 질량 차이를 이용합니다. 질량이 클수록 +극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리고, 질량이 작을수록 빠르거든요. 사람마다 DNA 사슬 구조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슬을 자르는 효소 역시 각 DNA의 서로 다른 부분을 자를 것이고, 전기영동장치에 전기를 흘렸을 때 사슬들의 움직임도 사람마다 다르겠죠. 이 차이로 DNA를 식별하는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실험에선 DNA를 재료로 구할 수 없어, 색깔 용액을 활용해 각 용액들이 어떤 전하를 띠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사 이미지

감식복을 입은 실습생들이 연수원 화장실 가상살인사건 현장에서 루미놀 약품을 뿌려 용의자 혈족의 혈흔을 채취하는 혈액흔반응검사를 하고 있다.

간이 전기영동장치 실험

전기영동장치는 구매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쉽게 실험해 볼 수 있는 간이 전기영동장치를 만들어 볼게요.

기사 이미지

준비물 용액 아세트올세인, 아세트산카민, 수단Ⅲ, 아이오딘·아이오딘화칼륨용액, BTB용액, 메틸렌블루, 아가로스 겔 아가로스 분말, TAE버퍼용액, 약포지, 전자저울, 전자레인지, 250㎖ 삼각 플라스크, 전기영동장치 겔 트레이, 탄소봉, 빗판, 전기영동 틀, 전지 6개, 집게전선 2개, 간이 마이크로피펫 실리콘호스, 주사기, 10㎖ 피펫

아가로스 겔 제조

기사 이미지

① 아가로스 분말 1g과 TAE버퍼용액 125㎖을 삼각 플라스크에 넣고 잘 흔들어줍니다.

② 전자레인지에 넣고 내용물이 끓을 때까지 돌려줍니다.

③ 겔 트레이의 뚫려있는 양옆을 테이프로 막습니다.

④ 겔 트레이에 1번 과정에서 만든 용액을 붓고, 가운데에 빗판을 꽂아준 후 용액이 굳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용액이 다 굳으면 양옆에 붙인 테이프를 뜯습니다.

간이 마이크로피펫 만들기

기사 이미지

마이크로피펫은 원하는 양만큼 용액의 양을 조절해 다른 곳에 투입하는 실험도구로, 매우 비싸 전문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죠. 대신 간이 마이크로피펫을 만듭니다. 주사기와 실리콘호스, 10㎖ 피펫을 차례대로 이어주면 완성돼요.

아가로스 겔에 용액 투입

기사 이미지

겔 트레이의 빗판을 뽑고 실리콘호스를 눌러, 빗판을 빼면서 생긴 홈으로 간이 마이크로피펫을 이용해 용액을 옮겨줍니다(왼쪽부터 아세트올세인, 아세트산카민, 수단Ⅲ, 아이오딘-아이오딘화칼륨용액, BTB용액, 메틸렌블루).

전기영동장치 설치

기사 이미지

① 겔 트레이를 전기영동장치 틀 중앙에 넣은 후, 전지를 직렬로 연결하고 집게전선을 이용해 전기영동장치 틀의 탄소봉에 연결합니다.

② 전기영동장치 틀에 겔이 잠길 때까지 TAE버퍼용액을 붓습니다. TAE버퍼용액은 DNA를 보호하고 전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설치하고 기다리면 결과가 나옵니다. 사진의 검은색 기둥 모양은 탄소봉입니다. 직렬연결한 전지의 +극이 왼쪽, -극이 오른쪽에 해당하며, 겔 트레이에 있는 용액들이 +극이라면 -극인 오른쪽으로, -극이라면 +극인 왼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실험결과

기사 이미지

가운데의 직사각형 흔적은 아까 용액이 담겨있던 홈이랍니다. 그 홈에서 용액이 왼쪽으로 움직였다면 +극 쪽으로 이동한 것이니 음전하인 것이고, 오른쪽에 있다면 -극 쪽으로 이동한 것이므로 양전하입니다.

아세트올세인의 경우, 흐릿하긴 하지만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므로 +전하겠죠. 아세트올세인은 핵과 염색체를 염색하는 것이 가능한데, 서로 다른 전하를 염색하게 되므로 +전하인 아세트올세인이 염색시킬 수 있는 물질은 -전하입니다.

아세트산카민의 경우, 주황색과 분홍색으로 나뉘었네요. 주황색은 왼쪽, 분홍색은 오른쪽으로 이동해 각각 -전하, +전하입니다. 주황색은 아세트산을 뜻하며, 분홍색은 카민을 뜻합니다.

수단Ⅲ의 경우, 움직임이 없으므로 양도 음도 아닌 중성 전하입니다.

아이오딘-아이오딘화칼륨용액은 육안으로 판별이 불가능했습니다. 아이오딘과 칼륨으로 구성된 용액인데, 아이오딘이 +전하이므로 -극 쪽으로 갔을 것이고 칼륨은 -전하이므로 +극 쪽으로 갔을 것입니다.

BTB용액은 왼쪽으로 이동했으니 -전하입니다. 아가로스 겔에서는 용액이 가벼울 때 많이 움직일 수 있는데, 이동량을 보면 가볍다고 추측할 수 있겠죠.

메틸렌블루의 경우 오른쪽으로 이동했으므로, +전하임을 알 수 있어요.

활용 및 전망

이번 용액 재료들은 염색 및 산성, 염기성 구분, 지방 검출 등의 분야에서 이미 활용 중입니다. 전기영동장치는 범죄수사에도 사용되죠. 기술이 좀 더 발달하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레이저와 같은 선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사진=이효원(서울 구암중 1) 독자, 정리=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실험 도움=이솔희 구암중 선생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