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억 명 … EU보다 큰 아세안공동체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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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시아 10개국이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을 표방하는 아세안공동체(AC, ASEAN Community)를 31일 공식 출범시켰다. 1967년 동남아시아 지역협력기구 아세안(ASEAN)이 만들어진 지 48년 만이다. 아세안은 2003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공동체 추진에 합의한 이후 12년 만에 AC의 닻을 올렸다. 참여국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이다. 참여국의 인구는 6억2200만 명으로 EU(5억 명)보다 많다. 경제 규모는 2조6000억 달러(3000조원)로 세계 7위다.

아세안 만든 지 48년 만에 결실
경제 규모 3000조원 … 세계 7위

 공동체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3가지 영역에서 공동체를 목표로 한다. 핵심은 아세안에서 부족했던 경제 협력이다. 아세안에는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중진국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개발도상국인 라오스·미얀마 등이 혼재해 있어 EU와 같은 수준의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지 못했다. 아세안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AC 안에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관세를 낮추고 자본·노동력·서비스 이동을 자유롭게 하려 한다. 2018년 역내 국가 간 관세를 사실상 없애 2030년 5조 달러(5900조원, 세계 4위)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게 목표다.

 AEC는 중국에 이어 새로운 세계 경제 동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공동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국가 국민의 평균 연령은 29세여서 성장 잠재력이 크고 앞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며 구매력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중국·일본·한국 등도 아세안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EC로 국가 간 장벽이 제거되면 아세안 역내 분업이 더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은 2014년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1380억 달러(162조원)에 달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 교역 상대였다. 2005년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AEC 설립으로 교역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AC에 한계도 있다. AC는 EU 집행위원회처럼 강력한 구심점이 없고 유로화 같은 화폐 통합을 추진하지 않는다. 아세안이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외교·안보 입장도 엇갈린다. 아세안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를 채택하는 등 통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AC의 탄생은 한국·중국·일본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통합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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