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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손에 달린 5개 워크아웃 대상 기업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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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6년 2월 자금난에 빠진 현대LCD는 채권단에 SOS를 쳤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해 채무를 조정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옛 현대전자(하이닉스)로부터 휴대전화 액정 사업 부문을 분사해 만든 회사인 만큼 기초는 탄탄했다. 일단 급전만 막으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명시된 금융회사의 채무가 동결된다. 그런데 현대LCD는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했다.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촉법 시한이 끝나서다.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채권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에 부도가 났다.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제2금융권 업체들의 대출금 120억원을 갚지 못해서다.

채무 동결 기촉법 시한 오늘 끝나
국회 연장 안 하면 자율협약 돌입
채권단 갈등으로 구조조정 차질

 금융당국은 국회에서 연내 기촉법 시한 연장을 해 주지 않으면 ‘제2의 현대LCD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한다. 기촉법이 없었던 1년10개월(2006년 1월~2007년 10월) 동안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가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은 기업은 현대LCD 말고도 많다. 휴대전화 제조회사로 유명했던 팬택은 2006년 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채권단 내에서 번번이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2011년에야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또 다른 휴대전화 제조 회사인 VK는 2006년 자율협약에 들어갔으나 채권 금융회사 간 지원방식 조율 실패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연말 기촉법 시한이 끝나면 워크아웃 대상 11개 기업 중 최소 5개 기업이 내년 초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6개 중 5개 기업은 이미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한 곳은 31일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기촉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워진 만큼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기로 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30일 17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을 긴급 소집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실효될 경우 각 은행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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