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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시골여행서 찾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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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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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은 더 이상 은퇴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시를 벗어난 삶을 꿈꾸는 행렬에 젊은 세대도 가세했다. 통계가 뒷받침한다. 지난해 국내의 귀농·귀촌 가구는 사상 최대인 4만4586세대를 기록했다. 2013년보다 40대 이하 ‘젊은 귀촌인’이 62.6%나 늘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젊은 세대가 지방으로 이주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유턴(U turn), 아이턴(I turn)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것도 그 즈음이다. 유턴은 도시로 상경한 젊은이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뜻하고, 아이턴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지방에 정착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새로운 일본의 섬 여행』 쓴 세소코
관광지 대신 동네 빵집·카페 소개
“도시와 다른 삶 보여주는 곳이 명소”

 “2012년 도쿄에서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로 이주했습니다. 도쿄에서는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키나와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아들을 얻었다니까요.”

 세소코 마사유키(?底正之·39·사진)는 젊은 아이턴족(族)이자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펴낸 저자다. 유명배우 고현정이 세소코의 책을 읽고 오키나와를 여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엔 그가 쓴 『새로운 일본의 섬 여행』이 한글본으로 출간됐다.

 세소코의 여행책은 특이하다. 이른바 유명 관광지가 하나도 없다. 대신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빵집과 카페 정보가 빼곡하다. 대부분 젊은 귀촌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다.

 “도시와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곳이 여행 명소라고 생각합니다. 도쿄에서 이사 온 여성분이 운영하는 쿠키 가게가 있어요. 한 달에 딱 두 번만 문을 엽니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유에서예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 오키나와로 내려온 부부의 채소가게도 있습니다. 1주일에 한번 앞마당에서 손수 기른 농산물을 팝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가게들이죠.”

 세소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던져졌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에 정착한 사람들에게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밥벌이가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골은 기회의 땅”이라고 답했다.

 “오키나와 제도의 작은 섬 미야코(宮古)에는 조개나 산호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숍이 있어요. 도시에서 가죽 세공을 취미로 삼던 남자가 차린 가게죠. 집세가 비싼 도시에선 공방을 차리는 꿈도 못 꿨대요. 에히메현 오미(大三) 섬에는 레몬 술을 담그는 부부가 있고요. 레몬 농장을 운영하는데 시골에 버려진 농경지를 싸게 빌릴 수 있었죠.”

 그는 “한국의 젊은 독자들도 시골의 작은 가게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삶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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