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人] '절절포' 1년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제까진 금융개혁은 '착한 개혁', 앞으로는 '거친 개혁'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 자리 잡은 금융위원회 사무실. 여기저기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직접 모델로 나선 포스터가 붙어있다. 핀테크 등 금융위가 추진해온 금융개혁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하긴 올해 금융위의 캐치 프레이즈 역시 '금융개혁, 돈이 도는 활기찬 경제'다.

28일 기자단 송년회서 소회 밝혀
'우간다 비난'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가장 든든한 후원군은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언론

지난 1월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에 '절절포'를 외쳤다. '규제 완화는 절대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엄한 시어머니'인 규제 당국을 상대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진이 한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물론 그가 고위 관료 출신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비판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에 그는 금융위원장이 됐다.

임 위원장은 28일 금융위원회 기자단 송년회에서 지난 9개월의 소회를 밝혔다. "지난 9개월 동안 금융개혁이란 한가지 주제로 움직였다. 부임 이후 받았던 소명도 금융개혁이었다. 금융개혁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올해를 살았다."

그는 "올해 제일 어려운 게 신뢰는 받는 거였다"고 했다. "금융개혁 한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믿어 주길 바랐고, 믿음을 얻고 싶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일회성이겠거니 했었고, 국민들은 금융개혁이 뭔지 몰랐다. 선뜻 나서서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금융위의 능력 부족 때문이겠지만, 당초 구성대로 일관되게만 하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임 위원장은 이제 금융개혁의 씨앗은 뿌렸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국민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직 멀었지만 "이제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봤다.

올해 금융개혁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으로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언론을 꼽았다. 그는 "금감원이 현장의 접점에서 금융개혁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주역이었다"고 평가했다. "금융개혁이란 구조개혁 과정에서 기득권을 내려 놔야하는, 가진 권한을 내려놔야하는 결정을 했어야 했다"는 말도 했다. 금융회사들은 3000여 개의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언론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금융개혁 과정에서 이른바 '우간다' 비난이 나왔던 8~9월 쯤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금융개혁 방향에 대해 많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많은 목소리를 경청하다 보니 우리도 흔들렸다. 어떤 회의에서인가 금융위가 디테일의 함정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쇼크에 빠지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에 왜 사공이 많으냐 하며 칼럼과 보도를 통해 (중심을) 잡아준 게 큰 힘이 됐다. 흔들릴 때 잡아주고, 자만할 때 혼내주고, 부족할 때 챙겨줘서 , 힘들때는 격려해줘서 금융개혁을 그나마 1년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국회 상황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금융개혁 법안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 없이 누구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다. 자본시장법의 경우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개편은 노조조차 동의한 사안이다. 어떠한 정치적 이해에도 걸려있지 않고, 여야간 합의를 거쳐 조문까지 정부와 함께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입법 조치가 진행되지 않아 너무 아쉽다. 답답하다."

임 위원장은 "내년에도 금융개혁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금융개혁 방향은 '거친 개혁'이라고 표방했다. "지금까지 개혁은 '착한 개혁'이었을거다. '착한 개혁'은 누구나가 공감하고 해야 한다고 인지하는, 큰 줄기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것들이다. 앞으로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겠다. 반대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때론 그것을 뛰어 넘기도 하고, 설득해야 할 사람들 설득하겠다."

그는 "수십년 쌓인 관행을 바로 바꿀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고, 착근할 수 있도록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