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로공단 농지강탈' 소송사기 사건 재수사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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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정희 정부시절 서울 구로동 일대의 농지를 강제 수용당한 농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소송사기가 벌어졌다는 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돌입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소송 당사자가 아님에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의혹을 받고 있는 80여명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 1961년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 등을 조성하기위해 농민들이 경작하던 구로동의 농지 100만㎡를 강제수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농민 200여명은 정부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대부분 승소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지난 2008년 진실ㆍ화홰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 중앙정보부와 검찰이 1970년 이들을 연행해 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고, 권리 포기를 강요함과 동시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은 소송사기죄로 처벌했다”며 국가의 공식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이후 서울고법에서 심리를 진행해 지난해 2월 “650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재심과정에서 80여명이 당사자가 아님에도 소송을 제기한 의혹을 받는 등 문제가 불거졌고, 서울고법의 의뢰로 서울 남부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때 검찰은 수십명의 소송사기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고검에서 사건 검토 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들과 새로 소송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80여명에 대해 재수사를 의뢰했고, 서울 남부지검에서 다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관계자는 “11월 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검토했고 관련자 소환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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