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대상 성범죄자도 출소 전 무조건 집행은 지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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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자들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다만 법원의 치료명령 선고와 실제 집행 시점 간의 간극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결정

 헌재는 23일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4조 1항은 성폭력 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검사가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는 대상자 자신을 위한 치료로 한시적이며, 치료 중단 시 남성 호르몬 생성과 작용의 억제가 회복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다만 “성충동 약물치료법 8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이 조항은 법원이 치료명령 청구를 받아들였을 경우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해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법원이 치료 명령을 선고하는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어도 다시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도록 해 불필요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헌재는 “이는 곧바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약물치료의 집행시점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집행시점까지 개선입법을 함으로써 제거될 수 있으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2017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선할 때까지 적용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전지법은 2009년 어린이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임모씨에 대해 검찰이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하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현행법이 인격권을 침해하고 과잉 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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