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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동학대 줄이려면 친권 제한 적극 활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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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제 우리도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사후 대책에서 ‘조기 발견과 아동보호 우선주의’로 전환해야 할 때가 됐다. 한국은 아동이 학대로 사망할 확률이 아동 10만 명당 1.1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3위다.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은 1만7791건. 하지만 게임중독 아버지에 의해 2년이나 집에 감금됐던 인천 소녀처럼 숨겨진 학대는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해 일어난 울산 계모 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제정됐지만 이 역시 사후대책 위주다. 우리나라는 체벌을 훈육으로 착각하고 아이를 부모의 부속물로 여기는 등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로 애초 아동학대에 취약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의식적으로 더욱 강도 높은 아동학대 예방 및 제재를 하지 않으면 학대를 줄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아동학대에 대해 공권력이 더욱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는 8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에서 친권 제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례법은 아동이 학대를 당해 응급조치를 받을 경우 친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선 수사기관이나 학교 등에선 친권을 제한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미국에선 학대 시 즉각 부모·자녀를 격리하고 심사해 친권을 박탈하기도 한다. 또 서구 선진국은 조기 발견을 위해 학대가 의심될 경우에도 강제 조사하고,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영국은 정신적 학대도 처벌한다는 신데렐라법을 예고했고, 일본도 학대 아동뿐 아니라 학대 의심 아동도 신고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이번 인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엽기적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면 한번 들끓었다 잠잠해지는 것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이젠 정부·지역사회·민간단체·학교·경찰 등이 함께 조기 발견과 아동보호 시스템을 만들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